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악몽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자살이라는 소재가 껄끄럽기도 하다. 죽음이라는 것을 먼 누군가의 일처럼은 생각할 수 없다. 자살이란 것은 세상에게, 좋아해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향한 복수처럼 느껴진다. 무엇이 그렇게 밉고 무엇이 그렇게 절망스러울까. 나는 쉽게 용서해줄 수 없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냥 안타까웠다. 내 손에 닿지 않는 그 마음들, 그 상처들이 가슴에 돌처럼 얹어졌다.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있어. 내가 손댈 수 없는 곳에. 얼마든지. 미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안되겠지. 나는 미츠루가 가진 절망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기적이고 또 이기적이라서 단지 미움받기가 싫을 뿐, 절대로 마음을 열지 않고 절대로 남의 마음 속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쓸쓸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게 아닐까.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들춰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아픈 일이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예민해진 동물들이 그러듯 나를 미워하고 상처입히려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무섭다. 미츠루도 그것이 무서웠다. 미움받기 싫었다. 상처입고서도 다시 손을 뻗을 자신은 없다. 귀찮아. 하고. 나는 원래 이러니까. 하고. 거리를 두고 마음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운다.

사람은 참 개인적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 테두리 밖의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어떤 아픔이 있는지, 어떤 외로움에 괴로워하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기껏해야 평면적으로 '알고' 있을 따름이다. 나이들 수록 그런 게 더 심해져 가는 것 같다. 테두리 밖의 사람은 울부짖는다. 그 소리는 다른 이들에게 전혀 가닿지 않는다. 나는 '그'의 절망도 ...

마치 사춘기 같은 기분이라서, 참 내가 아직 많이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상처입고도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전혀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제부터도, 아마 되지 못할 것 같다.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핑계대지는 않으련다. 입을 꾹 다물고 그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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