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가들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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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핑 뉴스랑 같이 빌린 건데, 도시탐험가들 읽는 도중에 얼어붙은 송곳니 예약한게 왔다고 해서 지하철이랑 도서관 가는 길에 후다닥 읽어제꼈다. 그런데 그렇게 읽어도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스피디한 스릴러다. 기껏 8시간의 이야기이니 그럴만도 하지. 헐리웃 스릴러의 느낌도 있지만 동시에 고딕의 느낌도 든다. 지하던전, 마왕의 성을 현대로 옮겨 놓으면 이런 느낌일까. 주인공은 종종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살아남았지만 행복해지지는 못했다. 다분히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대악당, 악당들, 주인공, 주인공 일행이지만 사실은 생판 남인 사람들, 대악당의 피해자. 쥐들, 고양이, 서로 얽혀서 반드시 이녀석들을 물리치면 행복해질 거야, 이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살아남는다 해도 앞으로 남은 것은 절망뿐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음의 공포에서 미친듯이 도망치는 것밖에는 없으니. 그저 달릴 수 밖에. 이 암울한 배경이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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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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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일상'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닥 일상적이진 않다. 사보에 게재하는 형식으로 12편의 연작 '일상추리' 단편을 담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그러니까 일본 원서로 보았다면, 하나하나 메모해 가며 보았다면 혹 알아챘을지도 모르지만 출퇴근길에 사람들로 빼곡한 지하철에서 읽은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어려운 퍼즐 맞추기였다. 차라리 스도쿠를 하고 말지! 도대체 그 단서들이 말이 되는 건지 확인하기도 귀찮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마지막 부분까지 읽고 나서도 여전히 긴가민가.

퍼즐 맞추기라 생각하고,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사보에 나오는 이름들도)부터. 시간과 장소까지 차곡차곡 정리해보면 사건의 진상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한텐 무리였다고, 무리였단 말이야. 젠장. 한번 이렇게 대충 읽어놓으면 두번은 못읽는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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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살해사건 - 누가 양치기 조지 글렌을 죽였는가
레오니 슈반 지음, 김정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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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던가. 여기서는 양도 사회적 동물이다. 최소한 인간은 양의 말을 못알아듣지만 양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점에서 이 양들은 정말로 폭넓은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귀엽고 몽글몽글하고 털이 한 가득인, 어딘가 바보 같고 순진해보이는 양들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동물원의 양들이 그냥 양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조지 글렌의 양만 특별한 걸 수도 있지만.

일단 명목은 양치기가 죽고, 그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양들이 머리를 뭉쳐 풀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 내용을 읽다보면 고심하다가도 금새 맛난 풀과 푹신한 꿈자리로 신경을 돌리고 마는, 이 산만한 양떼 때문에 추리고 뭐고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시되는 건 양들의 귀여운 작태. 귀엽다. 정말 귀엽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귀엽다. 출판사 이야기대로라면 "호기심 많고 집요하며 똑똑한 미스 마플, 나이가 많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양들을 이끄는 우두머리 리치필드 경, 기억력이 뛰어난 모플, 동물원이나 서커스 등에 대해 잘 아는 오델로, 뛰어난 후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마우데" 등이 함께 모여 좌충우돌 살인범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살인범 찾기라는 추리소설의 근본적 목적보다는 무리지음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 양들이 있는 마을은 양을 관광상품으로 삼아서 먹고 사는, 아일랜드의 작은 농촌이다. 서로에 대한 것은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쉬쉬하며 어둠속에서 흘려보낼 따름인 문제들도 있다. 그 속에는 미묘한 일그러짐이 있다. 우리의 양치기 조지 글렌은 그런 것에 환멸을 느끼고 양들과만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어느날 죽었다. 삽에 꽂힌채. 마을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리기에 바쁘다. 누군가는 실연으로 슬퍼하고 누군가는 제 잇속 챙길 궁리만 하고, 누군가는 겁에 질려 떨고. 정작 조지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가에 관심을 갖는 듯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조지의 아내조차도.

양들은 무리지어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며 떨어져 홀로 지내는 것은 죄악이자, 무척 위험한 일이라고 여긴다. 그들의 삶은 건초더미에서 서로에게 몸을 기대어 잠들었다가 낮에는 밖에 나와 풀을 뜯어먹고, 가끔은 특이한 양치기가 읽어주는 로맨스 소설이나 추리소설, 또는 양들이 걸리기 쉬운 병에 대한 안내서를 다같이 듣는 게 전부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양치기가 죽으면서 변화가 찾아온다. 양치기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본래 생활하던 그 틀을 깨트리면서,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던 그들에게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해야할 시간이 찾아왔다. 양들은 자신들만이 조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며 새로운 모험에 나선 것이다. 이 변화의 가장 큰 상징이라면 오델로와 멜모트. 오델로는 서커스단에 있다가 조지의 눈에 띄여 이 목장에 왔다. 그는 서커스단에서 배운 기술로 양들을 통솔하는 기술을 배웠다. "네가 양들을 보살펴야해." 양이 양을 보살핀다. 그는 매번 서커스단에서 잠시 함께 지낸 멜모트의 조언을 떠올리며 혼자서 결정해야한다고, 집중하고, 숫양의 분노를 잠시 누르고, 생각해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내인다. 그리고 무언가 한다. 아무래도 양이니까 어설프기도 하고 반쯤 우연으로 때려잡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무언가 해낸다. 함께, 그리고 혼자. 한편 멜모트는 어린 시절 어느 사건 때문에 무리에서 떨어져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는 혼자서 오롯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우르르 몰려 다니며 행동하는 양떼와 달리 그는 돌아와서도 양떼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것은 조지가 말하는 것과 닮았다. 그는 나타났을 때처럼 가버릴 때에도 홀로 뜬금없이 사라졌다. 그것을 알아차린 건 그를 존경하던 오델로 뿐.

한번의 봄여름가을겨울도 채 기억해내지 못하는 양들 주제에 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정의'와 '도덕성'을 획득했다. 게다가 무리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각자가 생각하고 머리를 맞대어 행동하는 방법도 익혔다. 따로 떨어져 나가서 풀을 뜯는 방법, 즉 자아 정체성을 획득했다! 대단해! 소설이 끝날 때까지 지지부진한 인간들과는 사뭇 다르다. 양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양을 통해 사람들을 그려냈다기 보다는 그냥 '양'자체가 주인공인 소설은 아마 이게 처음이지 않을까? 멋지다! 양들이여. 귀엽다! 양들이여.

사건의 내용은 중간중간 비어있다. 대마초를 거래하는 마피아. 매킨지를 죽인 마을 사람들. 베스의 마음. ... 양들이 아는 내용 외에는 우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양들의 관계와 이야기는 깊이 있게 묘사되어도 사람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피상적이다.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어렴풋한 분위기만 감지할 수 있을 따름이다. 양들에 비해 후각이 나쁘기 때문일까. ㅡ,ㅡ;;

아무튼, 양들에 의한, 양들을 위한, 양들에 대한 소설... 무언가 장르를 정하기가 애매모호하지만 그런 게 뭐 어떠랴 재밌으면 됐지 싶은 재밌는 소설이었다.

유일한 단점... 이자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번역과 편집이 개뼈따구 같다는 것. 오자가 쉴새 없이 보인다. 중간중간 번역이 턱턱 걸린다. 해설이 상당히 대충이다. 뭐 이 책으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어쨌거나 대교나 베델스만이나 작지 않은 회사인데 둘이 합쳐진 거라면 좀더 잘 해내야 했던 게 아닐가. 정말 재미난 소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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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독특한 추리소설이군요. 이제껏 전혀 만나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소설이네요.. 양들에 의한, 양들을 위한, 양들에 대한 소설..!! 특별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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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딱지가 아주 선명하게 박힌 추리소설입니다. 아니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수위의 표현(잔인함이나 선정성이나)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오므로 자기가 나이는 먹었지만 정신연령은 아무래도 19세 미만인 거 같다~ 싶은 분들은 조용히 덮어주세요. 뭐 리뷰 정도를 읽는 것이라면 괜찮을 듯 싶습니다만.

그렇지만 표현 수위가 장난 아닌 작품이라고 해서 천박하다거나 자극적이기만 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예술과 외설이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겠지만... 아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런 표현들은 대체적으로 범인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것이라서 어딘가 어라? 하며 이상함-혹은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무시무시한 책을 읽고 잠들어도 그다지 무시무시한 꿈을 꾸지는 않았어요. 일단 이 범인이란 작자가 말 그대로 '병'을 앓고 있는 작자거든요. 네크로필리아.

어딘가 멀고 먼 존재로만 느껴지는 사람입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특이한 사람이 범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은 네크로필리아입니다'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쉽게 다가설만큼 호감가는 외모를 가진 사람입니다. 흔히 예비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히카코모리나 오타쿠도 아닙니다. 번듯한 어른이지요. 그러니까 잔혹한 표현보다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병, '살육에 이르는 병'에 걸려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인 겁니다. 중간에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이 범인의 집은 열심히 탐문하고 다니던 전직형사님의 이웃집입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그부분이 가장 오싹했어요. 다른 반전 다 필요없어. 이게 짱 무서워!! 뭐 이런 기분이었달까요.

문제는 뒷표지에 떡하니 박아놓기까지한 '반전'에 대한 것인데 말입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처럼, 여기에도 서술 트릭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트릭이 숨기고자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화자의 정체에 대한 눈가림이지요. 둘다 사회적인 병폐, 모순을 드러내는 데에 이 반전이 쓰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분은 '벚꽃~'의 반전을 어이없다고 엄청나게 악평을 하셨는데(좋아하는 책이라 맺혔음.) 저는 상당히 감동받았기 때문에 이 소설의 반전을 보고 저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더군요.

 소설의 아귀를 딱 맞춰주는 마지막 '한 조각'의 역할에 충실한 반전이라면 저는 역시 '벚꽃~'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벚꽃~'은 그 반전이 없으면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거든요. 앞에서 어라 왜 이러지? 했던 부분들이 그 '반전'을 통해서만 설명되며, 그 '반전'을 통해야만 이 소설의 메세지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노인이라도 괜찮아! 이 사회가 우리를 남은 인생이라고 무시해도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씩씩한 목소리랄까요. 요즘 강풀의 순정만화 3에서 노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던데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면에서는 똑같지만, 강풀은 "우리도 사람인데..."하며 울먹이는 듯한 쓸쓸한 듯한 목소리를 낸다는 느낌이라면 '벚꽃~'에서는 반전을 통해 "이자식들아! 우리도 사람이거덩!!!"하고 포효하는 듯한 목소리를 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벚꽃~'이야기가 아니라 '살육에 이르는 병'이야기를 해야지요. 사회병폐와 관련된 서술트릭이라는 점이 흡사하다보니 전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아무튼 이 '살육에 이르는 병'에서 반전은 사실 그 앞에서 어느정도 감이 왔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소설을 보는 시각이 변할 정도라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주어지는 힌트는 그저 범인이 @@@가 아닐 수 있다는 것만 나타낼 뿐, 범인이 ###일 거라는 힌트를 주는 건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서술로는 @@@나 ###나 둘다 가능해요. 게다가 내용이나 주제 상, 범인이 @@@든 ###든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내가 느낀 것은... "남자는 나이먹어도 애란 말인가..???"라는 것이랑. "청 동안이잖아!"라는 것정도. 진짜 생각해보니 엄청 동안입니다. 아니 왜 이런 심각한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이 생각만 떠오르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아무튼 범인에 대한 묘사와 피해여성들의 태도를 보면 정말... 저처럼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정말로 같은 성격의 트릭을 쓴 '벚꽃~'에서는 주인공을 대하는 다른 이들의 태도가 약간 의문스러운 구석들이 확실히 있긴 했거든요. 근데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보통 독자가 생각할 법한 @@@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범인의 태도야 범인이 병자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그 엄마야 뭐 자식새끼는 언제나 자식일뿐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피해여성들의 태도가 그렇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무리 요즘 대세가 미##라고 하더라도 그렇지! 그렇게 가면 그건 @조%$제 밖에 안되잖아요. 나라면 ###같은 사람이 와서 집적거리면 이게 어딜! 날 뭘로 보고! 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말이죠. 아무리 잘생기고 매너 있더라도 뭐랄까 아가씨들은 그런 게 있다고요. @@@가 그랬다면 요즘이야 워낙 개방된 사회니까 젊은이들끼리의 불타오르는 하룻밤~!!!으로 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가 하면 그건, 성매매처럼 보일 수도 있다니깐요. 아가씨도 그걸 알 텐데 홀랑 그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는 무슨 판타지에 나오는 초절정 주인공급인 모양입니다. 자꾸 '벚꽃~'하고 비교하게 되는데 '벚꽃~'에서는 그래서 돈도 주고 그러는 데, 그런 일 하던 아가씨들도 잘 안 넘어온다고요. orz 아니 어쩌다보니 리뷰마저 19금!!!

어쨌거나 다시 진지하게 흠흠흠. 이 소설은 결국 현대 사회가 살육에 이르는 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그렸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네크로필리아와 마더콤플렉스는 연결되기가 쉽지 않아요. 마더콤플렉스로 인한 인지적 성불능이 네크로필리아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그 과정이 뭐 그냥 이해가 잘 안됩니다. 핵가족화와 동양 특유의 아버지가 부재한 자녀교육으로 인해 자식이 마더콤플렉스를 갖게 되거나 비뚤어진 성역할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실제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마사코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가정이, 이 평범해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아주 일반적인 이 가족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죠. 건강한 가정이 아니예요. 하지만 그런 것을 느끼기에는 범인이 그대로 @@@였다고 하더라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그래도 범인이 ###라는 것으로 정체된 범인의 심리나 정신상태가 좀더 명확하게 나타나긴 했지요. 아 이 사람이 이렇게나 정체되어 있었구나! 하는 감탄이 나는 거예요. 하지만 이미 비슷한 트릭의 "벚꽃~"을 먼저 경험한 상태라 그런지, 아니면 요 얼마전에 프로이트와 융 이야기가 겉핥기로 잔뜩 나온 '살인의 해석'을 읽었기 때문인지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이라면 왠만하면 너무 반전을 내세워서 선전하진 말아주세요. 너무 기대하게 되서 그건 별로거든요. 추리소설이랄면 홍보 멘트도 시침 뚝 떼는 맛이 있어야죠.

첨언하여, 역시 이해가 안가는 거라면, 프로이트의 이론은 지나치게 '남성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니 실제 프로이트의 책을 읽은 게 아니니까 '프로이트의 이론'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프로이트의 이론을 다룬 다른 글들'이라고 말해야 하지만요. 그런데 이러한 마더콤플렉스,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무시,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아버지가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억압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이야기.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아버지의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어머니와 아들이 힘을 합치는 거죠. 아버지의 역할이 부재하기 때문에 어머니와 친해지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억압하는 '가부장적 구조'가 마더콤플렉스를 만드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어머니와 아들간의 지나친 밀착관계가 동양, 그것도 가부장적인 가정 구조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주로 보이고, 또 사회문제시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식으로 크게 되면 어른이 되더라도 아버지는 여전히 자신의 명령을 들어야할 대상으로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자신이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아들을 보니까, 한 명의 '자아'로서 독립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자신이 아버지가 되더라도 또다시 어머니와의 관계 같은, 보호와 종속의 관계만 받아들이게 될 테니, 자신이 보살펴야할 자식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고, 억압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관계처럼 이 관계도 대를 이어 되풀이 하게 되는 거지요. 물론 인간이니까 언제나 예외는 차고 넘칩니다만... 해설에서 이야기한 핵가족화 같은 것이 원인이라면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이야기는 있을 수가 없었겠죠. 그 때는 핵가족화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윗세대는 여전히 '권위'로만 관계를 지탱하려하고 아래 세대는 그 권위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무시하게 된 데에서 비롯된 과도기적인 문제라고는 볼 수 있을 듯 싶은데...  

엉뚱한 이야기가 리뷰의 본 내용보다 훨씬 많았던 듯 하지만 마지막은 정석대로, 어쨌거나 소설 재미있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찔러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본격추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대추천! 그러나 맨 위에 말했듯 자신의 정신연령이 19세 이상이 아니라는 분은 비추천! 저처럼 사회파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약간 물음표! 이것으로 오랜만의 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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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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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공공연하게 드러난다. 지식인들조차 여성에 대해 남성의 보조자 이상의 역할을 감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보면. 프로이트와 당대의 정신분석가들에게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다. 똑같이 지성을 갖춘 존재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건 직접 프로이트의 이론을 공부해봐야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살인의 해석'에 나타난 프로이트의 이론은 일단 그렇다. 물론 주인공인 영거 박사는 현대의 의식이 어느정도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에 나오는 가족관계, 성적 욕망의 중심은 언제나 '아버지'이다. '어머니'는 없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이기거나 차지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라이벌이 될 뿐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보편 타당한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프로이트의 이론이 이런 것이라면 이것은 가부장제도라는 특수한 사회제도에 의해 나타난 욕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부장제 하에서는 아버지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여성은 언제나 보조적역할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권력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아들은 아버지를 죽여야 하고, 딸은 아버지를 차지해야한다. 그러니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차라리 성적인 욕망이라기 보다는 권위의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말이지.

이건 그냥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소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길래 생각해본 거고.

여기에 나오는 영거 박사는 너무나 주인공스럽다. 특히 미국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에 안성맞춤처럼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리틀모어 형사는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보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귀엽다. 바지런하고 똑똑하고 순진하고... 아무튼 '훈남'. 나는 괜히 어두운 그림자를 지닌 듯 폼 재는 영거보다는 아무튼 닥치고 귀여운 리틀모어가 훨씬 좋았다. 아무튼아무튼. 여기서 조금 안타까운 건 융에 대한 묘사인데. 융이 그렇게 찌질한 인간은 아니었다고 뒤에 해설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에서 너무 찌질하게 나와서 좀 슬펐다. 융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심리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줄 알았더니 내용은 헐리웃 스릴러... ㅡ,ㅡ;; 뭔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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