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보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공공연하게 드러난다. 지식인들조차 여성에 대해 남성의 보조자 이상의 역할을 감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보면. 프로이트와 당대의 정신분석가들에게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다. 똑같이 지성을 갖춘 존재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건 직접 프로이트의 이론을 공부해봐야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살인의 해석'에 나타난 프로이트의 이론은 일단 그렇다. 물론 주인공인 영거 박사는 현대의 의식이 어느정도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에 나오는 가족관계, 성적 욕망의 중심은 언제나 '아버지'이다. '어머니'는 없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이기거나 차지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라이벌이 될 뿐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보편 타당한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프로이트의 이론이 이런 것이라면 이것은 가부장제도라는 특수한 사회제도에 의해 나타난 욕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부장제 하에서는 아버지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여성은 언제나 보조적역할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권력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아들은 아버지를 죽여야 하고, 딸은 아버지를 차지해야한다. 그러니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차라리 성적인 욕망이라기 보다는 권위의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말이지.

이건 그냥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소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길래 생각해본 거고.

여기에 나오는 영거 박사는 너무나 주인공스럽다. 특히 미국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에 안성맞춤처럼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리틀모어 형사는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보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귀엽다. 바지런하고 똑똑하고 순진하고... 아무튼 '훈남'. 나는 괜히 어두운 그림자를 지닌 듯 폼 재는 영거보다는 아무튼 닥치고 귀여운 리틀모어가 훨씬 좋았다. 아무튼아무튼. 여기서 조금 안타까운 건 융에 대한 묘사인데. 융이 그렇게 찌질한 인간은 아니었다고 뒤에 해설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에서 너무 찌질하게 나와서 좀 슬펐다. 융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심리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줄 알았더니 내용은 헐리웃 스릴러... ㅡ,ㅡ;; 뭔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