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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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안윤 ㅣ 자음과모음 ㅣ 트리플14

 

환절기면 어김없이 코와 눈이 간지러워지며목이 칼칼하다그래서 내가 느끼는 봄과 가을은 고생스러움이다.어떤 물건어떤 장소어떤 시간은 본래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가 아닌 개인적인 방식으로 기억된다트리플시리즈 열네 번째 작품 방어가 제철』 속 인물들이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아끼는 이의 생일방어가 제철인 겨울낡은 야광 별 스티커는 그들에게 특별한 누군가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이다안윤 작가의 방어가 제철』 속 세 개의 단편은 조용한 슬픔이 느껴진다.


 

[달밤속 ''는 알고 지낸 지 5년 정도 된 동생 소애의 생일을 위해 육개장을 준비한다소애가 생일날 먹고 싶다고 했던 육개장은 ''에게 달이 뜬 밤에 부고 소식을 듣게 한 '언니'를 찾아갔을 때 먹은 음식이다. '언니'가 떠난 날은 소애의 생일이었다그래서 소애의 생일날달이 뜬 밤육개장은 ''에게 '언니'를 기억하게 한다. '가 기억하는 생전의 언니는 먹고 살기 위해 쓰기를 멈추었던 '가 시쓰기를 멈추지 않길 바란 사람이었다힘겹지만 이겨나갈 힘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가 스치는 모든 것이 '언니'를 기억하게 하는 모든 것이라 문장을 읽는 내내 먹먹함이 느껴졌다함께 좋아했던 모든 것을 마주할 때 이전 처럼 마냥 좋아할 수 없게 된 것이다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에게 이제는 보지 못하게 된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것이 될 수 있길 바란다그렇지 않다면 남겨진 사람의 남은 인생은 너무 힘겨울 것이다.

 

[방어가 제철속 ''는 오빠의 친구 정오를 '선배'라고 호칭한다. ''가 중학생 사춘기 때 만난 정오는 고등학생이었다. 17년이 지나 만난 정오는 "왜 선배라고 불러?" 라고 질문하고 ''는 "오빠는 아니니까?" 라고 답한다. ''의 대답에 정오의 얼굴은 붉어진다정오의 얼굴이 붉어진 건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가 정오를 오빠라 부르지 않는 것은 '방어가 제철인 계절에 떠난 오빠에 대한 의리일 것이며 사랑일 것이다. '그리기'를 경제적인 이유로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 받지 못한 ''에게 대학생 오빠가 내밀어준 한달치 학원비는 그냥 돈이 아니라 열렬한 응원이었다그런 오빠의 사고 소식은 그녀에게 자신을 자책하게 만든다그래서 많은 시간이 지난 ''는 '순탄점점'이란 말을 좋아하게 된다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것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며삶을 흔들기도 한다예기치 않게 슬픔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의 아픔이 '점점옅어지며 오롯이 대상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되길 바래 본다나도 그렇게 되길 바래본다.

 

모든 '이별'은 고통스럽고 긴 잔해를 남긴다하지만 만남과 이별은 우리의 삶이다모든 이별에 매번 무너질 수는 없을 것이다불가항력적인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본다모른 척하거나 아파하며 괴로워하는 것이 아닌 그리워하고 추억할 수 있기 바래본다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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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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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오노레 드 발자크 ㅣ 이동렬-옮김 ㅣ 민음사 ㅣ 세계문학전접412

 

 

다양한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하며한 인물을 지칭하는 호칭도 여러가지라 정신을 놓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다그래도 재미나다발자크 특유의 자연주의적 묘사도 빛을 발한다인물과 자연을 묘사하는 그의 문장들은 화려하고 세세하다인간은 역사의 큰 굴레에 따라 요동치는 작고 미세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된 읽기였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공포 정치가 시작되었다드 시뫼즈 가문도 이 시기 처형의 대상이 되어 후작 부부는 사형 선고를 받고그들의 영지 '공드르빌은 국유재산이 된다이 일로 부부의 쌍둥이 아들들은 망명하고 공드리빌은 말랭 의원의 소유가 되어버린다공드리빌의 주인이나 다름없을 만큼 땅을 책임지는 관리인 '미쉬'는 시뫼즈 후작의 후의를 한껏 받았던 사람이다그는 쌍둥이 형제 귀족들이 옛 땅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음모에 휩싸이며 오히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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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귀족 젊은이들의 가까운 친척이며 두 형제 중 한 명을 반려자로 정해야 하는 여백작 로랑스와 공드르빌의 관리인 미쉬는 젊은이들의 복귀를 도와 시민권을 얻게 한다오랜 망명 생활을 끝내고 마주하게 된 여백작과 젊은 귀족 청년들똑같은 시선똑같은 목소리똑같은 태도의 드 시뫼즈 쌍둥이 형제는 똑같은 연정을 품고 똑같이 로랑스를 흠모한다그들은 빼어난 외모에 부드럽고 매력적인 말을 구사할 줄 아는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함께 힘겨운 망명 생활을 이겨낸 형제는 로랑스를 눈 앞에 두곤 경쟁 상대가 된다정열이 온 힘을 다해 맹위를 떨치는 나이에 도달한 마리폴과 폴마리 형제는 친척 여동생 로랑스의 시선과 표정과 관심을 공유하면서도 그녀의 선택이 한 명에게 도달해야 함을 알고 있다작품 안에서 그들은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모두에게 좋은 관계는 아니다결국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기 위해선 작품 속 도트세르 부인의 예감대로 로랑스가 그 어떤 형제와도 결혼하지 않아야 했다.

 

젊은 남여는 사랑의 행복에 겨워 그들에게 다가오는 음모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공드르빌 토지의 주인 말랭 의원이 괴한에 의해 사라지고미쉬와 네 명의 젊은 귀족들은 이 일로 체포된다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누가 선택 받을 것이냐로 미래를 꿈꾸던 젊은 남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혼미할 뿐이다음모이다망명자의 신분에서 이젠 사형수가 될 위기에 처한 귀족 젊은이들의 앞날이 걱정스러우며다시 눈물로 나날을 보낼 여백작이 안쓰럽다두 배의 행복은 두 배의 슬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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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음모에 네 명의 젊은 귀족 청년들과 한 명의 충직한 관리인이 무너진다시민권을 회복한 후 미래를 계획하며 행복할 날만을 꿈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이 상황은 우연이라 말하기엔 너무도 섬뜩하다게다가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망명을 허락했던 자신의 관대함에 뒤통수를 친 이들이 괘씸하게 느껴진다황제는 이 사건을 자신의 제도에 대한 공격대혁명의 결과에 대한 저항국유 재산에 대한 침해로 해석하며 분노한다황제의 분노는 피고인이 된 무해한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발자크의 문장들이 사건의 빠른 전개와 함께 휘몰아친다무엇을 위한 음모인지 모호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누가 로랑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인지에 몰두해 있던 쌍둥이 귀족 형제는이젠 생과사를 생각하게 되었다그들이 말랭 의원을 납치했을 것이라는 단서는 도처에 널려 있기에 그들의 석방은 불가능해 보인다공드리빌을 돌려 받을 권리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고미쉬도 공공연히 말랭을 협박하며 형제의 소유권을 주장하였는데 이 모든 것이 이젠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어버린 것이다또한 대중은 망명한 이들이 혁명 전 영지에 대해 당연한 듯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감한다.

 

결국 말랭 납치 사건은 미쉬를 단두대의 형장으로젊은 귀족 청년들을 전쟁터로 보내며 일단락 된다하지만 결국 그 누구도 말랭 납치 사건의 전말과 비밀에 대해선 파헤치지 못했다왕정복고 시대를 맞았으나 너무 많은 이를 떠나 보낸 로랑스는 열정을 잃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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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음모 속에서 시대를 읽지 못한 젊은이들은 희생되고타협하지 못한 오만함은 상처를 남겼다처세에 능하고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자가 결국엔 오래도록 살아남게 되었다귀족이냐 브루조아냐왕당파냐 공화당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결국엔 자신의 자리와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자가 힘을 가진 자가 되는 것이었다.

 

열정과 순수함은 사랑에서나 사용되는 것이고충직함과 일관성은 평화속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결국 동일한 행동과 인물도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니 시대를 따르는 것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역사는 개인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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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안전가옥 앤솔로지 9
최구실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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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최구실|김상원|김달리|엄성용|김구일|안전가옥

 

 

책을 읽다보면 선호하는 작가도 생기고, 믿고 선택하게 되는 출판사도 생기게 된다. 이 책을 출간한 '안전가옥'은 요근래 신뢰하게 된 출판사이다. '안전가옥' 이라는 출판사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은 대략 짐작할 수 있으며 나와 맞다고 느껴진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함을 지닌 소재의 글들이 재미는 물론 사고를 유연하고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빌런』또한 기발하고 재미나다. '빌런'은 이야기에서 악역을 맡고 있는 인물을 지칭하는 단어이다이 책을 구성하는 5개의 단편 모두에는 각각의 빌런이 등장한다빌런이라 하더라도 마냥 미워할 수 없다그들 모두가 나름의 이유로 악당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며그들의 이유가 나름 이해가 된다.

 

 

이유없는 결과는 없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존재감으로 나를 주눅들게 하기에,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나를 인정하지 않기에 그들은 분노를 폭발하며 빌런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빌런이 된 것은 그들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와 행동때문 일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들의 악행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5편의 단편 중 [우세계의 희망]이 가장 먼저 선택해서 읽은 작품이다. 팬덤을 소재로 갈등과 사랑, 증오와 권력이라는 주제를 잘 버무린 이야기가 흥미롭다. 같은 대상을 좋아하며 형성된 동질감이라는 감정은 우상에게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 금방 증오가 되어버린다. 아군은 순식간에 적군이 되고 권력의 정점을 차지하기 위한 음모와 편법이 난무한다. 어찌보면 그들 모두는 서로에게 빌런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인정 욕구가 강하므로 자신의 사랑을 인정해주는 이들과 연대하게 된다. 또한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에 인색하다. 그러니 팬덤은 언제나 불안한 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5편의 단편 모두 매력적이다. 가독성 좋은 문장과 독특한 소재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역시 '안전가옥'이 선택 할만한 작품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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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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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ㅣ 김미연 ㅣ 배순탁 이화정 주성철 푸른숲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의 책장을 덮으며 유투브 채널 '무비건조'를 구독하게 되었다왜냐하면 이 책을 함께 쓴 저자들이 모두 '무비건조'와 연관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이는 그들 모두가 '영화'와 관련된 인물들 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은 특별한 세대에게 더 특화된 책이 될 수도 있다책의 저자가 대부분 70-80년대 출생한 인물들이기 때문다자신들이 왜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으며영화를 바라보는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개인적인 과정이 담겨있기에 80년대를 경험한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영화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영화 기자영화 프로그램 CP, 음악평론가 등 그들의 지극히 편파적이고 개인적인 문장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직업으로써의 영화보기와 글쓰기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에 대한 생각들이 표현되어 있다나에게는 공감이 되는 문장들이 많아 좋았다내가 좋아했던 영화들내가 좋아했던 잡지들이 나열되어 있어 더 즐거운 읽기였다.

 

이들 다섯 명의 저자는 어릴 적 부터 '영화광'이었던 사람도 있고프로그램을 위해 '강제 영화광'이 된 사람도 있다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어쩌다보니영화 이야기를 하게 된 사람도 있다각자 서로 다르게 시작했을지는 모르나 그들 모두는 '시네필'이며, '영화'로 밥벌어 먹는 사람들이기도 하다그들이 부럽다그들 모두는 마감의 스트레스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대외적인 글을 써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지만 모두 즐거워보인다.

 

영화는 종합예술적인 매체이다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꺼리는 고갈되지 않는다감독과 배우에 대한 이야기영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촬영 기법에 대한 이야기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영화 음악에 대한 이야기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게다가 요즘은 한국영화가 세계 속에서 주목할 만큼 발전하였으니 그들의 이야기는 실제감이 느껴진다.

  
 

이화정 기자가 슬픈 영화 카테고리에 넣었다면 소개한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나에게도 멋진 영화였다현실을 살고 있는 주인공 윌터 미티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으며윌터의 꾸준하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삶의 정수'라고 말하고 있는 영화는 나의 볼품 없는 하루하루에 위한이 되었다우리 모두는 '삶의 정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배순탁 작가가 추천한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는 우리집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읽으려고 구매했으나 아직 읽지 못한 책그는 이 책에 거론된 작가들 모두가 천재적인 작가들이기도 이기도 하지만또한 모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그러면서 그는 스스로의 규칙을 부여해서 지켜나가면 나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 알려준다동감한다.

 

홍콩 영화 덕후로 유명한 주성철 기자가 나열한 왕가위의 영화들은 80-90년대에 청준이었던 사람들만이 느꼈던 홍콩영화에 대한 환상을 일깨워준다새롭고 색다른 홍콩 영화의 기법들은 너무 멋스러워서 이해도 못하면서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홍콩의 영화들이 그들만의 색을 가지고 자유롭게 다시 부활하길 바래본다.

 

김미연 PD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로 <미스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의 대사를 꼽았다. "원래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해." 어찌보면 비겁하고삐뚤어진 해결 방법처럼 보이지만 달리보면 통찰이 느껴지는 대사이다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도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것이다영화동아리 사람들과 <미쓰 홍당무>로 토론을 하기로 했는데 이 대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겠다.

 

김도훈 기자의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기자에게 영화는 선생이며친구이며연인이여인생이었다고 한다나에게도 그렇다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이 책을 통해 나도 이들 다섯 저자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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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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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크 옌센 ㅣ 이수영-옮김 ㅣ 자음과모음

 

 

이 책은 '위험한 책이 될 수도 있다한 집단의 거대한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책이 되기도 할 것이다또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책이 되기도 할 것이다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과거의 학자들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조금 일하고도 많은 여가를 즐 길 수 있는 여유 가득한 삶을 살 것이라 예측했다그래서 일하고 남는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 지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예측해 보았다고 한다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우린 조금 일하고도 여유있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고 있다왜 학자들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간 것일까?


 

우리는 노동의 질을 시간과 비례해서 생각하는 오류를 종종 범한다이 책의 두 명의 저자는 노동과 시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오류 때문에 '가짜 노동'을 하는 사무직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딱히 복잡하거나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닌데도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존재의 가치를 확인시키기 위해서 불필요한 시간을 '노동 시간'으로 채우고 있는 사무직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결국은 인력과 노동비용의 낭비을 하면서 개인의 삶도 함께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이는 여가의 시간을 수동적으로 사용하게 하며 삶의 질 또한 떨어뜨린다.

 

사측은 불필요한 노동시간을 노동자에게 제공하면서노동시간에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기 위한 인원을 채용하고다시 그 인원을 관리하는 관리를 채용하고또 관리들을 점검하는 경영진을 채용하는 웃픈 현실이 사무실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서로를 감시하고관리하며 모두가 지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노동인지 생각하게 된다.

 

적은 시간 일하고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길 수 있으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제공해 준다는 보장만 있다면우리 모두는 불필요한 필사를 강요한 상사에게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를 외친 바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우리는 길게 일하고 오래 피곤한 현대인이 되어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주장처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과도한 노동 시간을 줄이고실제 업무에 사용되지도 않는 불필요한 교육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결국은 수동적인 업무와 교육보다는 능동적이고 실질적인 업무와 필요에 의한 교육이 개인의 삶을 여러 방면에서 의미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보람과 진정한 휴식그리고 주도하는 삶을 말이다.

 

대체적으로 화이트 칼라인 사무직 노동자들의 업무에 대해 비판적인 저자들의 견해에 대해 수긍하는 부분도 있었지만부정하는 부분도 있었다왜냐하면 자신의 노동이 '가짜 노동'임을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자신의 노동이 '가짜 노동'인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누군가도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노동을 행하는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과 열심히가 최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일 것이다진짜 노동으로 자부심은 물론 즐거운 휴식도 맘껏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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