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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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오노레 드 발자크 ㅣ 이동렬-옮김 ㅣ 민음사 ㅣ 세계문학전접412

 

 

다양한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하며한 인물을 지칭하는 호칭도 여러가지라 정신을 놓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다그래도 재미나다발자크 특유의 자연주의적 묘사도 빛을 발한다인물과 자연을 묘사하는 그의 문장들은 화려하고 세세하다인간은 역사의 큰 굴레에 따라 요동치는 작고 미세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된 읽기였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공포 정치가 시작되었다드 시뫼즈 가문도 이 시기 처형의 대상이 되어 후작 부부는 사형 선고를 받고그들의 영지 '공드르빌은 국유재산이 된다이 일로 부부의 쌍둥이 아들들은 망명하고 공드리빌은 말랭 의원의 소유가 되어버린다공드리빌의 주인이나 다름없을 만큼 땅을 책임지는 관리인 '미쉬'는 시뫼즈 후작의 후의를 한껏 받았던 사람이다그는 쌍둥이 형제 귀족들이 옛 땅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음모에 휩싸이며 오히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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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귀족 젊은이들의 가까운 친척이며 두 형제 중 한 명을 반려자로 정해야 하는 여백작 로랑스와 공드르빌의 관리인 미쉬는 젊은이들의 복귀를 도와 시민권을 얻게 한다오랜 망명 생활을 끝내고 마주하게 된 여백작과 젊은 귀족 청년들똑같은 시선똑같은 목소리똑같은 태도의 드 시뫼즈 쌍둥이 형제는 똑같은 연정을 품고 똑같이 로랑스를 흠모한다그들은 빼어난 외모에 부드럽고 매력적인 말을 구사할 줄 아는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함께 힘겨운 망명 생활을 이겨낸 형제는 로랑스를 눈 앞에 두곤 경쟁 상대가 된다정열이 온 힘을 다해 맹위를 떨치는 나이에 도달한 마리폴과 폴마리 형제는 친척 여동생 로랑스의 시선과 표정과 관심을 공유하면서도 그녀의 선택이 한 명에게 도달해야 함을 알고 있다작품 안에서 그들은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모두에게 좋은 관계는 아니다결국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기 위해선 작품 속 도트세르 부인의 예감대로 로랑스가 그 어떤 형제와도 결혼하지 않아야 했다.

 

젊은 남여는 사랑의 행복에 겨워 그들에게 다가오는 음모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공드르빌 토지의 주인 말랭 의원이 괴한에 의해 사라지고미쉬와 네 명의 젊은 귀족들은 이 일로 체포된다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누가 선택 받을 것이냐로 미래를 꿈꾸던 젊은 남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혼미할 뿐이다음모이다망명자의 신분에서 이젠 사형수가 될 위기에 처한 귀족 젊은이들의 앞날이 걱정스러우며다시 눈물로 나날을 보낼 여백작이 안쓰럽다두 배의 행복은 두 배의 슬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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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음모에 네 명의 젊은 귀족 청년들과 한 명의 충직한 관리인이 무너진다시민권을 회복한 후 미래를 계획하며 행복할 날만을 꿈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이 상황은 우연이라 말하기엔 너무도 섬뜩하다게다가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망명을 허락했던 자신의 관대함에 뒤통수를 친 이들이 괘씸하게 느껴진다황제는 이 사건을 자신의 제도에 대한 공격대혁명의 결과에 대한 저항국유 재산에 대한 침해로 해석하며 분노한다황제의 분노는 피고인이 된 무해한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발자크의 문장들이 사건의 빠른 전개와 함께 휘몰아친다무엇을 위한 음모인지 모호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누가 로랑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인지에 몰두해 있던 쌍둥이 귀족 형제는이젠 생과사를 생각하게 되었다그들이 말랭 의원을 납치했을 것이라는 단서는 도처에 널려 있기에 그들의 석방은 불가능해 보인다공드리빌을 돌려 받을 권리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고미쉬도 공공연히 말랭을 협박하며 형제의 소유권을 주장하였는데 이 모든 것이 이젠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어버린 것이다또한 대중은 망명한 이들이 혁명 전 영지에 대해 당연한 듯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감한다.

 

결국 말랭 납치 사건은 미쉬를 단두대의 형장으로젊은 귀족 청년들을 전쟁터로 보내며 일단락 된다하지만 결국 그 누구도 말랭 납치 사건의 전말과 비밀에 대해선 파헤치지 못했다왕정복고 시대를 맞았으나 너무 많은 이를 떠나 보낸 로랑스는 열정을 잃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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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음모 속에서 시대를 읽지 못한 젊은이들은 희생되고타협하지 못한 오만함은 상처를 남겼다처세에 능하고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자가 결국엔 오래도록 살아남게 되었다귀족이냐 브루조아냐왕당파냐 공화당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결국엔 자신의 자리와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자가 힘을 가진 자가 되는 것이었다.

 

열정과 순수함은 사랑에서나 사용되는 것이고충직함과 일관성은 평화속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결국 동일한 행동과 인물도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니 시대를 따르는 것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역사는 개인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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