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리나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두려움이 검은 벌레처럼 꿈틀댔다. 그러자 학교에서 화를 냈던 둔이 떠올랐다. 둔이 말했던 대로 상황이 그토록 나쁜 것일까? 리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을 애써 떨쳐 냈다.

 버들로 가로 돌아서 들어서자 리나는 다시 속도를 냈다. 그곳에서 장바구니를 팔 아래에 늘어뜨린 채 야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줄지어 선 사람들을 지나쳤다. 올리버 가 모퉁이에서는 세탁물 가방을 들고 힘겹게 걸어가는 세탁부들과 부서진 탁자를 치우는 사람들을 잽싸게 피해 지나갔다. 빗자루를 들고 먼지를 쓸어 담고 있던 거리의 청소부도 쌩 지나쳐 갔다. 리나는 달리며 생각했다. 운이 참 좋았어! 그토록 바라던 직업을 얻다니. 누구보다도, 둔 해로우 덕분이었다.

 집으로 서둘러 달려가는 지금, 리나는 둔이 더할 수 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하 배관터널 안에서 일할 둔의 앞날에 어떠한 위험도 닥치지 않기를 기원했다. 어쩌면 둔과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리나는 둔에게 지하 배관터널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싶어졌다. 그곳이 어떠한 곳인지 궁금했다.

 그레이스톤 가에 접어들었을 때 리나는 클레리 레인을 만났다. 아마도 온실로 가는 중이었을 것이다. 급하게 달려가는 리나를 발견한 클레리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물었다. “어떤 직업이야?” 리나가 큰 소리로 대꾸했다. “메신저요!” 그러고는 계속해서 달려갔다.

 리나의 집은 퀼리엄 광장에 있었다. 1층은 할머니가 운영하는 털실 가게였고, 리나네는 그 위층에 살았다. 할머니 가게에 도착하자 리나는 문을 벌컥 열고 외쳤다. “할머니! 저 메신저 됐어요!”

 리나가 기쁜 소식을 안고 갑자기 뛰어 들어왔을 때 할머니는 바로 이 가게 안에 있었다. 아침에 머리 묶는 것을 깜박 했는지 사납게 부푼 할머니의 곱슬곱슬한 흰 머리가 계산대 너머로 보였다.

 할머니는 일어서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리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메신저가 아니란다, 얘야. 아직 학생이잖니.”

 “하지만 할머니, 오늘이 ‘직업 배정일’이었어요. 직업을 받았다고요. 제가 메신저가 됐어요!”

할머니는 눈을 반짝이며 계산대 위를 손으로 내리쳤다. “기억나는구나!” 할머니가 외쳤다.    “메신저라니, 정말 훌륭한 직업이지. 넌 틀림없이 잘해 낼 게야.”

 그때 리나의 어린 여동생이 계산대 뒤에서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동생은 얼굴도 둥글고 갈색 눈도 동그랬다. 아기의 머리 꼭대기에는 빨간 털실 끈으로 묶은 머리카락이 삐죽 솟아 있었다. 여동생은 리나의 무르팍을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잡고서,    “위~나, 위~나!” 하고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리나는 허리를 굽혀 포피의 손을 꼭 붙잡았다. “포피! 큰언니가 진짜 좋은 직업을 갖게 됐 어! 기쁘니 포피? 언니가 자랑스럽니?”

 언니의 물음에 포피도 나름대로 뭔가를 대답하긴 했는데, 그건 꼭 이렇게 들렸다. “하피-하피, 하피!” 리나는 웃으며 포피를 안아 올리고는 가게 안을 빙빙 돌며 춤을 추었다. 동생을 너무나 사랑한 리나는 가끔씩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하게 아려 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아기와 할머니는 리나에게 남은 가족의 전부였다. 2년 전 기침병이 또다시 온 도시에 퍼지며 창궐했을 때, 리나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포피를 낳자마자 리나의 어머니도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포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만큼 리나는 부모님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다만 그 느낌은 가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할 뿐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하니?” 할머니가 물었다.

“내일이요. 내일 오전 8시까지 메신저 본부로 가서 보고 해야 돼요.” 리나가 대답했다.

“넌 유명한 메신저가 될 게야. 빠르고 유명한 메신저 말이다.” 할머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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