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엠버 시를 위한 안내문


엠버 시가 갓 건설되어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던 무렵, 건설 책임자와 부책임자 모두 지쳐 바닥에 앉아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적어도 200년 동안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떠나서는 안 될 거야.” 건설 책임자가 말했다. “아니, 어쩌면 220년이 넘게 걸릴지도 모르지.”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할까요?” 부책임자가 물었다.

“그래야겠지. 우리로선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런데 그때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부책임자가 다시 물었다.

“물론, 그들에게 안내문을 남겨 두어야겠지.” 책임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누가 그 문서를 보관하죠? 항상 안전하게, 비밀을 지키며 안내문을 보관하는 임무를 누구에게 믿고 맡길 수 있을까요?”

“엠버의 시장이 그 임무를 맡게 될 거야.” 책임자가 답했다.

“정해진 때가 되면 자동으로 열리는 자물쇠가 달린 상자에 안내문을 넣어 둘 걸세.”

“그럼, 시장에게는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미리 일러둘 건가요?” 부책임자가 물었다.

“아니. 그거야말로 그들이 절대 알아선 안 되는 정보지. 상자가 저절로 열리기 전까진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

“그럼 첫 시장이 다음 시장에게, 그 시장은 또 그 다음 시장에게, 그렇게 해가 지날 때마다 상자가 전달되면 모든 비밀들은 지켜지겠군요.”

“우리가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책임자가 말했다.“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지만 여전히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어. 손꼽아 기다린 그날이 왔는데 정작 도시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고, 그들이 돌아갈 안전한 장소가 아예 없을 수도 있지.”

그렇게 해서 엠버 시의 첫 번째 시장이 상자를 건네받았다. 시장은 상자를 신중히 보호하고 비밀을 지키겠다고 엄숙하게 맹세했다. 나이가 들고 임기를 마친 첫 번째 시장이 다음 시장에게 상자를 물려주었다. 다음 시장은 상자에 관한 비밀을 철저하게 지켰으며, 그 다음 시장도 정해진 대로 잘 따랐다.

오랫동안 아무런 차질 없이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잘 진행되었다. 그런데 일곱 번째 시장은 앞선 시장들에 비해 그다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반면 상황은 더 절박했다. 시장은 병-그 당시 엠버 사람들이 흔하게 걸리던 기침병이었다-을 앓고 있었는데, 그 상자 안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줄 신묘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은 공회당 지하에 마련된 비밀 보관소에서 상자를 꺼내 집으로 몰래 가져와 망치로 상자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하지만 그때 시장은 이미 몸이 무척이나 쇠약해진 상태였다. 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상자 뚜껑을 살짝 찌그러트리는 것뿐이었다. 결국 시장은 도시의 비밀 보관소에 상자를 되돌려 놓지도 못하고 다음 시장에게 이 비밀에 대해 털어놓지도 못한 채 죽었다. 상자는 낡은 가방들과 잡동사니들에 떠밀려 벽장 뒤 깊숙한 곳에 처박히고 말았다.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한 해 한 해 지나갔다. 그러다가 어느덧 정해진 시각이 되었다. ‘틱!’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저절로 풀리자 상자의 뚜껑이 스르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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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 2008-09-2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을 잘 뽑아야한다는 교훈인가요 ㅋㅋ
재있을 것 같네요. 엠버시를 안내문은 어떤 내용일지..
계속 연재해주세요^^

fdsa8906 2008-09-2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서 영화 소개를 봤다, 겨울에 볼만한 기대작이 아닐까?
SF,환타지 영화, 소설 등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상이 어쩌면 지금의 MB정권과 닮아있는지... -.-;;;
영화보기 전에 미리 책을 구해서 봐야겠다.
기대되는 책,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