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비들
데니스 루헤인 지음, 서효령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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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상업’영화 원작 소설의 공통점은 매혹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인즉슨, 영화화가 자주 되는 작가의 작품은 흥행과 무관하게 ‘읽는 재미’ 측면에 있어서는 보장이 된다는 말이겠죠. 하물며 흥행도 자주 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오늘 리뷰할 데니스 루헤인의 ‘작은 자비들’이 이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여기 돌연 실종된 딸을 찾는 엄마가 있습니다. 그녀는 사우디(미국 사우스 보스턴)에 사는 아일랜드계 이민자인 메리 패트. 첫번째 남편과는 사별하고 두번째 남편과는 이혼하였으며, 베트남전 참전 제대군인인 아들은 PTSD와 마약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은 딸 ‘줄스’ 뿐입니다. 사우디의 학생들은 ‘버싱’이라는 정책, 즉 흑인과 백인 학생이 학교를 바꾸어 통학하는 공립학교 내 인종차별 폐지책의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그녀는 혹여나 딸이 피해를 받을까 버싱 반대 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딸까지 사라지자, 그녀는 큰 슬픔에 빠집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어기라는 이름의 한 흑인 청년이 메리 패트가 사는 지역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합니다. 자신의 딸이 이 현장에 있다는, 또한 자신의 품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불안감에 그녀는 절실한 마음으로 주변을 탐문하던 끝에 딸의 실종과 어기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보스턴을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가 쥐고 있다는 진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아일랜드인의 야성의 피를 물려받았으며, 거친 환경에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았던 그녀는 죽음을 각오한 복수에 나서게 됩니다. 과연 그녀는 딸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폭력으로 딸을 잃은 엄마의 복수극’입니다. 자극적이지만 작가에게 있어서는 아주 매혹적으로, 이 주제를 택한 작가들은 대부분 ‘복수’라는 행위의 폭력성과 ‘엄마’라는 행위자의 감정이입에 주로 초점을 맞추며, 이는 독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안전한 선택일 것입니다. 복수에 성공까지 하게 된다면 읽는 이의 만족은 배가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 복수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비극에 책임이 있는 이 사회에 대한 정당한 대응임이 인정된다면 소설의 내러티브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정의로움까지 얻게 될 것입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이 정의로움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머니 페리 메트의 버싱 반대 시위 참여는 사명감이 아닌, 딸의 안전을 위한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딸의 실종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에도 그녀의 관심은 개인의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알고 보니 직장 동료의 자식이었던 흑인 청년의 사망 사건도 그녀에게는 단지 ‘잠시의 애도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딸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의 벽을 힘겹게 부시다, 결국에는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이웃사촌과 사우디가 실제로는 이기적인 백인 우월주의와 마피아의 부당한 지배와 야만에 가까운 무질서에 오염된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마침내 딸의 실종이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무관심에 가까운 중립적인 자신의 태도 때문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처절하게 자책하며 지옥행을 마다하지 않는 복수극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녀의 분노와 결심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우리 독자들은, 그러나 복수의 끝이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복수에 성공하던 실패하던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남은 것은 있습니다. 그녀의 딸에 대한 사랑의 진심과,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의 환기입니다.

실제 그 시행 기간 동안 각종 논란을 야기하고 백인계 인구가 공립학교 등록을 기피하고 교외로 이동하는 반면 비백인계 인구는 오히려 도심으로 이주하며 지역의 경제/인종 구성까지 바꾸게 했던 버싱은 2013년 보스턴을 끝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 당시 비백인계 주민들이 ‘자녀들이 수준이 낮은 학교에 강제로 배정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며 버싱의 유지를 주장’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끝으로 이 소설의 리뷰를 끝맺고자 합니다.

#작은자비들 #데니스루헤인 #황금가지 #도서협찬 #도서제공 #서평단 #책추천 #서평 #책리뷰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문학 #소설 #장르소설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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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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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쟁 중’이던 인간과 외계종족 전투기 조종사가 사고로 ‘무인행성에서 조난’되며,
고립된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차별 의식이 점차 공감과 신뢰로 바뀌게 되는데,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는 한편 깊은 우정을 쌓아가던 그들에게 비극이 닥치게 됩니다.
이제 홀로 남은 인간은 죽은 외계인 친구가 남긴 아이를 홀로 키워야만 합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탈출하여 고향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른 종족인 이들이, 서로를 지칭하던 삼촌과 조카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에너미 마인’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인류애’입니다. 두꺼비를 닮은 얼굴 이라고는 하나, 인류와 유사한 신체구조와 인류가 이해 가능한 언어와 철학과 문화를 가진 외계 종족 드랙은 ‘사실상 인류’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소설은 합의되지 않은 대의를 위해 명령에 따라 수많은 살상을 범하던 군인이, 자신이 죽이고 다니던 그 적인 인류와 유사한 외계 종족을 사랑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반전 사상, 인류-나아가 생명 자체-에 대한 사랑 등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제의식을 품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것은 또한 대중적이기에, ‘에너미 마인’은 출간 즉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영화화 판권이 팔리며 그 대중성을 익히 입증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과거의 SF문학상 수상작은 ‘재미’만큼은 보장된다는 주장을 평소에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저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속칭 ‘소프트 SF’라고 지레짐작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설의 주요 소재중 하나인 드랙의 생태와 문화는 인류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골고루 느껴질 수 있도록 정교하게 배분되어 있어 독자는 SF를 읽을 때 ‘현실과 다른 이질감에서 오는 경이감’을 적절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의 시간 지연 효과로 인한 비극적 상황-우주선 비행사인 조셉 쿠퍼(매튜 매커너히 분)가 비좁은 스크린을 통해 자식들의 인생사를 속절없이 지켜보다 마지막에 자신보다 나이가 들어버린 딸의 메시지를 듣고 오열하는-과 유사한 수준의 경이감과 비장미를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여러 가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저는 제일 중요한 것은 ‘주제의식을 명료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만든 이가 의도한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해 가능하게 보는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 있어 ‘에너미 마인’은 저에게 있어 가장 높은 수준의 합격점을 줄 만한 소설입니다.


#서평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서협찬 #도서제공 #서평단 #에너미마인 #허블 #워프시리즈 #SF #SF소설 #문학 #소설 #장르문학 #장르소설 #책 #리뷰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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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걸작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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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을유문화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한 글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스티븐 킹, 조지 R. R. 마틴, H. R. 기거, 이토 준지, 스튜어트 고든…
SF나 환타지, 코스믹 호러 등의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러브크래프티안(또는 러브크래프션)(Lovecraftian)’들이라는 것입니다. ‘Lovecraft’에 접미사 ‘-tian’을 붙인 이 단어는 말 그대로 H. P. 러브크래프트를 경배하고 그의 창조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크툴루(-후) 신화’로 대표되는 그의 저작들은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왔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도 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문화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인용되고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보다가 인간형 이족 보행 형태에 수많은 촉수가 달려 있는 두족류의 머리를 닮은 빌런이나 몬스터를 발견했다면, 그것이 바로 크툴루 신화의 유산입니다.

그러나 이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의 인기와 번역서는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단권의 단편선집이나 2차 저작물 코믹스 등을 제외한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동서문화사의 러브크래프트 코드와 황금가지의 러브크래프트 전집의 두 가지가 유일합니다. 그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해 보면, 그의 크툴루 신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 국내 서브컬처 전반에 걸쳐 깊이 침투해 있고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이 이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점과 이 원작이 난해하며, 독서 난이도가 꽤 높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쉽게 말해 재미가 좀 떨어진다는 것이죠. 당대의 ‘펄프 픽션’의 공식에 충실한 정형화된 스토리 전개와 주석을 보지 않고서는 알 도리가 없는 정체불명의 고유명사들, 어두운 작중 분위기, 절망적인 상황을 향해 치닫지만 분명하지 않게 끝나는 열린 결말 등 요즘의 스타일은 아닌 것이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왜 러브크래프트를 읽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현대의 대중문화, 특히 게임과 영화 분야는 모두다 러브크래프트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대중’ 문화를 향유하는 우리 ‘대중’은 마땅히 러브크래프트를 읽을 의무가 있습니다. ‘빛의 톨킨, 어둠의 러브크래프트’라는 말도 있듯이, 그는 톨킨에 비견될 정도로 위대한 작가인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톨킨보다 러브크래프트가 ‘재미’는 확실히 더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를 읽는다면 지적 허영심도 충족하면서 재미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은 ‘러브크래프트 입문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을 선정하였기 때문에, 그의 글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작품인 ‘광기의 산맥’과 러브크래프트의 스타일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인스머스의 그림자’가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만 이 단편선집에 포함된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러브크래프트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동기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흐물거리는-두족류의-모호한-끔찍한-어둠의-공포의 존재 크툴루’의 매력에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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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걸작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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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을유문화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한 글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스티븐 킹, 조지 R. R. 마틴, H. R. 기거, 이토 준지, 스튜어트 고든…
SF나 환타지, 코스믹 호러 등의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러브크래프티안(또는 러브크래프션)(Lovecraftian)’들이라는 것입니다. ‘Lovecraft’에 접미사 ‘-tian’을 붙인 이 단어는 말 그대로 H. P. 러브크래프트를 경배하고 그의 창조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크툴루(-후) 신화’로 대표되는 그의 저작들은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왔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도 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문화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인용되고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보다가 인간형 이족 보행 형태에 수많은 촉수가 달려 있는 두족류의 머리를 닮은 빌런이나 몬스터를 발견했다면, 그것이 바로 크툴루 신화의 유산입니다.

그러나 이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의 인기와 번역서는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단권의 단편선집이나 2차 저작물 코믹스 등을 제외한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동서문화사의 러브크래프트 코드와 황금가지의 러브크래프트 전집의 두 가지가 유일합니다. 그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해 보면, 그의 크툴루 신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 국내 서브컬처 전반에 걸쳐 깊이 침투해 있고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이 이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점과 이 원작이 난해하며, 독서 난이도가 꽤 높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쉽게 말해 재미가 좀 떨어진다는 것이죠. 당대의 ‘펄프 픽션’의 공식에 충실한 정형화된 스토리 전개와 주석을 보지 않고서는 알 도리가 없는 정체불명의 고유명사들, 어두운 작중 분위기, 절망적인 상황을 향해 치닫지만 분명하지 않게 끝나는 열린 결말 등 요즘의 스타일은 아닌 것이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왜 러브크래프트를 읽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현대의 대중문화, 특히 게임과 영화 분야는 모두다 러브크래프트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대중’ 문화를 향유하는 우리 ‘대중’은 마땅히 러브크래프트를 읽을 의무가 있습니다. ‘빛의 톨킨, 어둠의 러브크래프트’라는 말도 있듯이, 그는 톨킨에 비견될 정도로 위대한 작가인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톨킨보다 러브크래프트가 ‘재미’는 확실히 더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를 읽는다면 지적 허영심도 충족하면서 재미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은 ‘러브크래프트 입문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을 선정하였기 때문에, 그의 글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작품인 ‘광기의 산맥’과 러브크래프트의 스타일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인스머스의 그림자’가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만 이 단편선집에 포함된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러브크래프트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동기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흐물거리는-두족류의-모호한-끔찍한-어둠의-공포의 존재 크툴루’의 매력에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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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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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과 ‘회색 인간’.


자주 들르던 집 근처 도서관에서 자주 눈에 띄던 작가와 책 제목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이름에 대비되는 범상치 않은 제목, 그리고 우중충한 회색을 배경으로 흰색 천에 묶여 있는 잘린 양쪽 발목의 책 표지 때문에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깊은 인상을 주었음에도 이 책을 빌려보지 않았던 이유는 당시만 해도 국내 작가의 소설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에 장르 역시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공포, 스릴러’였고요. 그러다 올해 이사를 가 그 도서관에 발길을 끊게 되며 ‘김동식’은 자연스럽게 제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큰아이의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새빨간 색깔의 책에서, ‘김동식’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이며 자기가 좋아하는 ‘회색 인간’을 쓴 김동식 작가의 최신작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군요. 동생도 이미 봤다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죠.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부모가 아이들이 읽기를 원하는-책을 사주며 독서를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볼 생각은 그동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에 정보를 찾아보았더니, 김동식 작가는 중학교 중퇴에 주물 공장 근로자로 일하는 틈틈이 ‘오늘의 유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큰 인기를 끈 단편 소설을 올렸던, 정식 등단 경력조차 없는 매우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의 글을 눈여겨본 이들에 의해 세상에 나온 ‘회색 인간’을 포함한 3편의 단편집은, 출간 즉시 ‘기발한 상상력’, ‘천재’라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가는 현재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동명의 오디오드라마와 동시에 제작된 단편집으로, 오디오드라마의 원작과 신작을 담고 있습니다.


‘김동식’의 글의 특징은 ‘인간 통찰’, ‘긴박감’, ‘극적 반전’의 세 가지 키워드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이들 삼총사의 뛰어난 활약 덕분에 정식으로 글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의 거친 문체는 그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좀처럼 찾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형식의 완결에는 자신이 없으나 내용을 전하는 데에는 진심을 두는 ‘눌변가’라고나 할까요. 김동식은 ‘초단편 소설 쓰기’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짧은 글을 선호하는 작가입니다. 자신의 한계 또는 장점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글은 문체와 서사의 밀도나 완결성이 아닌 아이디어와 촌철살인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를 문장력이 빼어나지 않은 작가라 폄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인간이 또한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글 또한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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