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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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쟁 중’이던 인간과 외계종족 전투기 조종사가 사고로 ‘무인행성에서 조난’되며,
고립된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차별 의식이 점차 공감과 신뢰로 바뀌게 되는데,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는 한편 깊은 우정을 쌓아가던 그들에게 비극이 닥치게 됩니다.
이제 홀로 남은 인간은 죽은 외계인 친구가 남긴 아이를 홀로 키워야만 합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탈출하여 고향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른 종족인 이들이, 서로를 지칭하던 삼촌과 조카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에너미 마인’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인류애’입니다. 두꺼비를 닮은 얼굴 이라고는 하나, 인류와 유사한 신체구조와 인류가 이해 가능한 언어와 철학과 문화를 가진 외계 종족 드랙은 ‘사실상 인류’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소설은 합의되지 않은 대의를 위해 명령에 따라 수많은 살상을 범하던 군인이, 자신이 죽이고 다니던 그 적인 인류와 유사한 외계 종족을 사랑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반전 사상, 인류-나아가 생명 자체-에 대한 사랑 등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제의식을 품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것은 또한 대중적이기에, ‘에너미 마인’은 출간 즉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영화화 판권이 팔리며 그 대중성을 익히 입증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과거의 SF문학상 수상작은 ‘재미’만큼은 보장된다는 주장을 평소에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저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속칭 ‘소프트 SF’라고 지레짐작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설의 주요 소재중 하나인 드랙의 생태와 문화는 인류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골고루 느껴질 수 있도록 정교하게 배분되어 있어 독자는 SF를 읽을 때 ‘현실과 다른 이질감에서 오는 경이감’을 적절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의 시간 지연 효과로 인한 비극적 상황-우주선 비행사인 조셉 쿠퍼(매튜 매커너히 분)가 비좁은 스크린을 통해 자식들의 인생사를 속절없이 지켜보다 마지막에 자신보다 나이가 들어버린 딸의 메시지를 듣고 오열하는-과 유사한 수준의 경이감과 비장미를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여러 가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저는 제일 중요한 것은 ‘주제의식을 명료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만든 이가 의도한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해 가능하게 보는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 있어 ‘에너미 마인’은 저에게 있어 가장 높은 수준의 합격점을 줄 만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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