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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반려생물(식물도 포함하기 위한 용어 선택입니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저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가족 구성원들 중 누군가의 선호로 인해 제가 사는 집에는 반려생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고기, 조류, 파충류, 강아지, 고양이, 설치류, 곤충, 각종 식물 등등. 그래서 각각에 대한 나름의 경험치가 있는데, 저는 이들 중에서 고양이가 가장 특이한 반려생물이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결혼 전 바로 아래 동생이 키우던 고양이는, 그들이 늘 그렇듯이 직접 입양한 동생을 포함한 모든 가족을 하인으로 취급하고, 항상 집구석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시크한 친구였습니다. 같이 사는 동안 제가 쓰다듬은 적은 있지만 서로 교감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을 정도였는데, 정말 ‘고양이다운’ 녀석이었지요. 다르게 말하면,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다운’ 동물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 이번 래빗홀클럽 3월 도서의 내용이 참 반가웠습니다. 갑자기 고양이가 된 사람과 함께 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새해가 되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앞에 거대 고양이가 나타나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살겠는’지 물어보는 일이 벌어지고 그 결과 대략 5%의 사람이 고양이의 삶을 선택합니다. 고양이가 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진짜 고양이가 되기를 원했는지, 아니면 장난이라 생각하고 ‘예’를 선택했는지,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이들은 고양이가 되어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인간으로 남기를 원했던 이들은 처음에는 혼란에 빠집니다. 이들을 증오하거나 사랑했던, 정신적으로 관계했던 사람들은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투사할 대상이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들과 거래 등이 있던, 물질적으로 관계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사람들은 이 소설 같은 일을 점차 현실로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고양이와 나’의 등장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양이가 된 친구나 연인 때문에 처음에는 곤란해 하지만, 금새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고양이가 된 이의 후견인이 됩니다. 부모님을 찾아가서 자식이 고양이가 된 사실을 알려주고, 앱으로 만난 사람이 고양이가 되자 집에 데려다 주고, 고양이가 된 친구가 부탁한 책방을 대신 맡아 운영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꼭 해야하는 일을 하고 나니, 다시 일상이 지속됩니다. 함께 했던 고양이-사람이었던-과의 행복한 나날 말이죠. 단지 한 사람만이 고양이로 바뀌었을 뿐, 변한 것은 없게 되어버립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문득 이런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꼭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좋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죠.
변화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후견인들은 말을 하거나 운동을 할 수는 없는 고양이를 대신할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됩니다. 친구나 연인이 고양이가 되어 조금은 심심하게 되어버린, 그런 사람들 말이죠. 고양이 덕분에 새로운 관계가, 행복의 가능성이 피어나게 되는 것이죠. 해피엔딩!
프로 독서가가 되자는 나름의 사명감 때문에 의식적으로 무거운(주제의) 책을 수집하는 경향이 있는 저에게, 이 소설은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 추위의 끝자락에 느끼는 따스한 햇살과 같았습니다. 마침 지금의 날씨가 딱 그렇네요.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이에게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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