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_무라카미 하루키_임홍빈 역_문학사상_달리기짱_280쪽]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무라카미 하루키는 첫 장편 소설을 탈고하고 전업 소설가가 된 후인 서른세 살의 나이에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문학과 전혀 관계 없는 삶을 살아가다 우연한 결심으로 소설가가 된 그는 소설 쓰기를 육체 노동이라 정의했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체력과 집중력,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죠. 이후 수십 년간 그는 글을 쓰면서 세계 각지에서 마라톤과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을 지속해왔고, 지금도 ‘1일 10km, 한달 300km 러닝’ 원칙을 지키는 진정한 러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최근 몇 년간은 그의 러닝이 어땠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은 하루키의 달리기를 중심으로 한 문학과 그의 인생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하루키에게 러닝은 단순히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매일,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계속하며 마음의 리듬을 단절시키지 않고, 그 리듬을 자신의 글쓰기 작업에 적용합니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는 것이죠. 그에게 러닝이란 체력만이 아닌 정신까지 단련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죠. 잘 훈련된 정신은 글을 쓰는 등의 육체적인 활동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인생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키의 말마따나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에, 달리기는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력한 정신의 갑옷이 될 수 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해냈던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 다른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는 ‘간접 경험’이 되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인정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목표를 높이고 기록을 단축해 나가는, 겸허한 자세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러닝과 독서, 소설가, 하루키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생 최고의 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 하나만 좋아하거나 또는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습니다. 하루키의 글로 쓰인 에세이가 어떻게 재미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어서 평생의 취미로 여기게 된 러닝을 더 젊은 나이에 시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설과 러닝을 각각 좋아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될 좋은 기회입니다. 당장, 이 책을 읽으러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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