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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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금융권에서 잘 나가는 억대 연봉자, 코너 우드먼의 세계 일주 이야기. 사진을 보니 재수 없게 잘생기기 까지 했다. 그냥 세계 일주가 아니다. 5천만원 갖고 세계를 돌면서 1억으로 불려 귀국한 진정한 능력자.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저.

 

  ''''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와 의미를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땅의 모든 직딩들은 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월 마다 들어오는 통장의 잔고가 메마르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을 용기가 없다면 실천하기란 불가능. 물론 애초에 재벌집 2세거나, 언제든지 복직할 자신이 있다면 예외. 감히 예측컨데, 저자는 후자의 경우다. 용기와 배짱이 두득한 젊은이라는 건, 설명해야 하나?

 

  코너 우드먼은 회사를 때려치고 세계 일주 계획을 세운다. 그것도 그 동안 모은 돈을 2배로 불리는 세계 일주.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니까 책 냈지.) 결과는 대 성공.

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젊은이의 패기로 가득 차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으며, 무슨 각오로 실천을 한 걸까? 과장된 떠올림 일까, 정주영 회장의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책이 떠오른다. 언제나 실천을 중요시 여긴 현장파 사업가이자 현대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 그의 '돌진'과 이에 따른 미친 성공을 보며 '남자란 이렇게 살아야 한다!'를 깨닫는 듯 했다.

  코너 우드먼의 세계 일주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나도 저런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그가 천재적인 센스를 발휘해 대단한 사업들을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세계를 돌며 이윤을 남긴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 단지 행했을 뿐. 열정이 넘쳐 흐르는 그의 시야에 사업 아이템이 널려 있었던 모양이다.

 

  낙타, , 와인, 서핑보드, 커피 등. 한 분야에 탁월한 전문가가 되어야 장사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형은 이것저것 잘 팔고, 이윤까지 잘만 남긴다. 물론 잘 팔고 이윤 남기는 성공에 이르기 까지 그가 겪는 우여곡절과 쓰라린 실패들이 이 책의 포인트. 그가 사업을 할 때마다 끌어 들이는 엄청난 '인맥'도 관전 포인트다. (또는 인맥으로 만드는) 역시 뭔가 하는 형들은 인간관계도 남 다른 듯.

 

  알바 좀 해서 세계 일주했다고 "나 대단한 일 했어!"라고 말하는 '허세 여행객 봉'들에게 일침을 가할 수도 있는 책. 제발 유럽 여행 갔다 와서 여행기 좀 쓰지 마라.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지도 마. 부러우니까 썅. 여행지 가서 사진 찍고 돈 펑펑 쓴 영양가 없는 얘기들! 감동도 재미도 없다. 이 책 정도는 되야 제대로 된 여행기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아니면 오지를 가서 한비야씨처럼 진짜 엄청난 경험들을 하고 오던가.

 

  경제를 배웠다는 데 경제가 별 거 있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서 이익이 나면 그게 경제 활동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 지, 거대한 기업이 아닌 한 사람 정도의 시야에서 경제 활동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 책을 덮은 뒤에도 유쾌한 기분이 오래 간다.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 배웠다>는 책도 후속편으로 썼다. 지금 배송중이다. 설레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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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시간 -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이정동 프로젝트 총괄 / 지식노마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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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꼬집은 책.

 두께와 표지에 서울대 교수들의 얼굴이 잔뜩 프린트 되어 있는 'S' 포스의 완전판.

 누가 감히 S대에게 딴지를 걸테냐! 그것도 교수한테. 역시 공대는 카이스트?

 

축적의 시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저

 

  1. 기술력 확보는 필연적으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원천 기술을 확보 해야 한다.

 

  2. 이를 위해 대기업 체제를 지양하고 히든챔피언의 가능성을 높히도록 중소기업 기술지원을 해야 한다. 대학은 중소기업에 기술 지원을 해야한다. 

 

  3. 대학은 공학 기초를 철저히 가르치고, 실제 산업에서 경험을 가진 교수들이 늘어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실적 위주의 논문만 쓰는 글쟁이 교수들 짜져라!) 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실제 경험을 쌓아야 한다. 

 

  4. 중국은 이미 몇 몇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제조업 강국 독일과 일본을 본 받고, 중국을 추월하자! (또는 더 이상 추월 당하지 말자!)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 요약을 읽었다면 안 사도 좋다. 두껍고 비싼 책이다. 저 위의 내용이 거의 책의 전부다. 중복 내용이 아주 많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공론 인 듯. 책의 겉보기 위용에 비하면 전체 내용은 허약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짜증나겠지만.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마인드와 실전을 중시하는 생각은 든든하다. 서울대 교수들의 마인드가 저렇다면 우리나라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들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뀔 테니.

  나도 이공계열을 나왔다. S대 아니다. K,Y, KAIST 다 아님. (그 먼 델 왜 가? 엄마 미안해..) 졸업 후 제조업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중.

  저자들은 학부에서는 기초를, 석사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의 기본'을 배운다고 한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맞는 말이다. 회사에 막상 들어가도 기초부터 배운다. 게다가 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 해봤자 뚜렷한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에 근접하기도 어렵다. (중국집에서 양파까기 부터 하는 거 알지?)

 

 나는 공학의 기초가 튼튼할까? 부끄럽게도 "아니다." 이공계 공부는 어렵다. 진리를 파고들고, 자연을 해석하는 위대한 일이 어찌 쉬우랴! 회사에서 서럽게 혼나지 않으려면 학교 다닐 때 기초 공부 착실히 해야 한다. 그래, 이 형들 말이 맞더라. 기본은 아주, 매우, 존나  중요하다.

 

  저자들은 제조업 자체를 걱정하는 엔지니어 집단이다. 그들의 주장에 깨알 같이, 전적으로 찬성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S대 형들 말을 안 들으면 누구 말을 들을까. 학벌주의냐고쟤들이 잘 하는걸 뭐 어쩌라고.)

  나라의 기간산업 제조업. 나는 제조업에 있는 사람들을 존경한다의사들보다 훨씬 멋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면에 있어서는. 흥분하지 마시길, 의대생 여러분.) 엔지니어는 멋진 직업이다! 에너지가 없이 인류가 생존할 소냐! 참고로 나는 다른 직군으로 이직 준비 중.

 

  기계 제조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모두가 달라지길 희망한다. 저자들의 말처럼 국가의 근본 사업은 기본부터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이 제조업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 '물건'이 없으면 뭘 하냐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 두드리는 것만 일이 아니다. 훌륭한 제품을 실제 만들기 위해서는 손에 기름 때 묻혀가며 몸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금융업을 발전시키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맞기야 맞는 말이지만. 하지만 물건을 못 파는 데 금융업이 번성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굴릴 돈이 없는데. 금융은 굴러갈 자금과 경제력이 있을 때 번성한다. 미국과 영국의 금융업이 최고인 이유를 모르겠나? 역사의 큰 틀에서 보면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함으로 얻는 부산물, 엄청난 국토 에너지 자원과 기본 기술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최고 일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니까 흥분하지마 경제학과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독일과 일본이 막강한 저력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영국에 '상대적으로' 뒤지지 않는 이유는 제조업의 기술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도 그래야지? 그러고 보니 이 책 읽다 보면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무럭무럭 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또는 그들의 높은 가치를 다시 알게 되었거나.

 

  나는 이 길에서 계속 꾸준히 나아갈 수 있을까? 기술이라는 것은 이 분들의 말처럼, 단기적인 성과로 이윤을 내는 게 아니다. 그들에 의하면 마음먹고 10년을 하나의 연구를 완성한다는 목표로 달려가도 날까 말까한 것이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보아도, 이쪽 계열은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의 뿌리 깊은 문과생 체질 덕에 나는 회사에서도 개고생중이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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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는가 - 중국 전문가 김만기 박사의 가슴 뛰는 중국 이야기
김만기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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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중국을 공부 하는가? 김만기 저.

 

 뚜렷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저자는 옛날 중국이 외국인 유학생일 마구 받아들이던 시절, 운 좋은 타이밍으로 베이징대학에 들어간다. 아무리 잘 보아도 저자가 중국을 공부하는 이유는 우연이다.

  하지만 그 우연이 훌륭한 선택이었음은 굳이 저자의 책을 안 보더라고 알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은 이제는 기정사실이다. 저자는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설명하려 애쓴다.

  안타깝게도 책은 전반적으로 식상하고, 딱히 무릎을 칠 만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물론 그가 오래 중국에서 생활하며 비즈니스 노하우는 좋은 정보로 보이긴 하나, 나만 그럴까, 여기저기서 자주 듣던 전반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가볍게 훑어볼 만한 수준의 책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정보 따위보다 저자의 중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책의 진짜 볼거리다. 저자는 중국 문화와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낙천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의 깊은 애정이 곳곳에 느껴진다. 물론 중국의 문화가 원래 매력적인 탓도 있고, 그냥 내가 중국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중국이란 나라가 좋다. 삼국지, 초한지, 성룡과 이소룡, 소림사, 자금성, 만리장성, 중국 음식까지 중국의 모든 문화가 부럽기 짝이 없다. 사실 억지로 중국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고전 몇 권만 집어 보아라. 러시아 문학만큼 강력한 중독성이 있으니, 거기 쏙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왜 중국을 공부 하냐고? 중국이 좋으니까. 그렇다고 중국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멍청한 생각은 버려라. 중국은 너무나 거대해서 하나의 일반화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단지 그들의 문화를 공감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얼레, 그러고 보니 저자의 정보가 도움이 되었군.)
중국에 관심 없다면 굳이 좋아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그냥 좋아 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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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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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랑 거미의 우정을 그린 황당한 동화. 동화 세계의 지존, E.B 화이트의 대표작.

 

<샬롯의 거미줄>, 엘린 브룩스 화이트 저.

 

 초반부터 귀여운 돼지가 나온다. 꼬마 아이와 돼지의 이야기인 듯하다가, 어느 새 샬롯이라는 거미가 튀어나오더니 거미줄로 글씨를 써댄다. 뭐지 이건? 거미줄로 월버의 운명이 바뀌다니!

 꼬마 아이는 초반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인간 중에 가장 가까이서, 그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첫 존재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엔 들러리. 아무튼 나중에 돼지랑 대화한다는 능력(?) 덕에 의사에게 진단 받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뭐, 심각한 건 아니다.

 꽤 덩치가 있는 우리의 주인공 회색 거미, 샬롯. 샬롯은 상상만큼 징그럽지 않다. 동화 작가가 쓴 글의 힘 덕일까.

"샬롯은 여덟개 중 작은 다리 하나를 들어 흔들며 인사했다."


 이 인사 한번으로 샬롯은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귀여운 거미로 느껴진다. (아닌가?) 꿀꿀 대며 어리버리한 월버에게 샬롯은 어른스러운 친구로 다가온다. 샬롯은 거미의 무서운 모습을 단박에 바꾸어 버리며 친근하게, 마치 어린 아이를 다루는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오, 위대한 동화의 힘이여! 거미는 사실 더럽게 징그럽다!)

  <샬롯의 거미줄>의 내용은 단순하다.

 띨띨한 돼지 월버, 멍청함이 넘쳐흐르는 월버를 샬롯이 거미줄에 글씨를 써서 위대한 돼지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단순한 과정이 끝날 무렵에 나는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내가 이런 대단한 감동을 받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우정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괜히 고전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미디어가 아닌 책장에서 따뜻함을 느껴 본 게 참 오랜만이다.

 울타리 안의 동물들은 묘하게 인간들과 대비되며, 티격태격 하는듯하면서도 은근 하나로 뭉친다. 월버는 그 안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가장 띨띨한 게 정감 가는 케릭터다. 샬롯이 월버에게 "거꾸로 뛰어봐!" 하면 월버는 그대로 한다. 작은 거미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다. "이제 그만 자야지, 월버." 하면 곧 잠이 든다. 월버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 샬롯.

  우정은 언제 만들어 질까? 우정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와 어떤 의미를 갖고 관계를 이어갈까? 누군가의 조건 없는 따뜻한 애정,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씨. 평소에 잊고 사는 보물 같은 감정들. 모두가 생쥐처럼 산다. 흔해 빠진 감상이지만, 그러니까 고전이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테지. 생쥐! 우리는 생쥐처럼 살고 있다! 더러운 쓰레기통을 뒤지며, 누군가의 배부름에 배 아파한다. 거래를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는다. "쥐새끼 같은 놈들!" 은 참 잘 지은 욕이다.
 
  샬롯과 월버가 처음 우정을 나누게 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월버는 외로웠고, 친구가 간절히 필요할 때 샬롯이 문 위쪽에 붙어서 그에게 인사했다. 월버는 순진하고 깨끗한 마음씨의 소유자였고 샬롯 또한 그랬다. 샬롯이 조금 더 똑똑했을 뿐.

  현실에서 어려운 일들을 소설 속 환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 한다. 월버처럼 우리는 모두 한번씩 격한 외로움을 느낄 때 가 있다. 유일한 친구가 실은 함께할 수 없는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다거나, 자유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드는 환경에 놓이게 되거나 할 때 말이다. 이럴 때 마음이 넓은 친구, 게다가 능력도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니! 불가능 할 정도로 놀라운 샬롯의 존재가 그래서 감동적이었을까.

  샬롯이 작별인사를 할 때 누구나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입장이 될까? 월버? 샬롯? 샬롯의 거미줄을 읽었다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그 누가 되도 아마도 행복하리라 확신한다. 생쥐마냥 세상에 수많은 쓰레기 자기 계발서에 투자할 시간에, <샬롯의 거미줄>을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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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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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선생님.

인간의 숭고한 직업을 고르라면 이 두 직업이 주저 없이 나오지 않을까. 엄마와 선생님이 첫째, 다음이 개그맨. 다음은 작가. 아니, 작곡가? 이쯤에서 아빠. , 그만 닥치자.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생들의 가치관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다. 한창 가치관이 파릇파릇 형성될 시기의 학생들을 마주 대하기 때문이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저자는 응원과 함께 교육의 여러 문제들을 보여준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들이 심각하고 많기는 하지만, 대게는 굉장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기원 전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충돌은 지금과 비슷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세대 간의 갈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요즘 애들 참 싸가지 없다.” 는 낙서는 기원 전 에도 있었다.

  

 저자는 그들의 갈등을 서당 훈장님이 말씀 하시듯 나긋나긋 중저음으로 말해준다. (본인 주장과는 사뭇 달리)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라고 묻기가 망설여지는 말투다.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느 철학자가 정의하기를이런. 머리 아프다. 낡은 서당의 쾌쾌한 냄새가 묻어 난다. 혼날 까봐 조심스레 읽다보니 저자가 학창 시절 무척 모범생이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저자도 이점을 밝힌다.) 뜬금없는 소리지만 모범생들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어렵다. 우리 같은 철없는 문제아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애들은 다 그래요. 그렇게 심각한 일도 아니라고." 문제아가 답한다.

 

 그러나 생각이 깊은 사람의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야금야금 그 사람 말에 빠진다. 여러 현역 선생님들의 고민, 그들이 겪는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저자의 쾌쾌하지만 깔끔한 정리들을 자꾸 듣다 보면 저 선생님들이 마치 종교 투쟁을 하듯 외로운 길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투쟁에 참여는 못할지언정 응원 메시지는 던져야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 벌써 철든 기분이다!

  

 이야기가 교사들 간의 갈등까지 이르면 속이 쓰리다. 괜한 일 만들지 말자는 교사와 교육에서 의미를 갖고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교사간의 갈등이다. 교육에 헌신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충실한 샐러리맨으로 변모할 ''을 주는 건 교육에 있어서 여러모로 손해다. "그럼 네가 해볼래?"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바로 대답할 자신이 없다. 누군들 사서 고생하고 싶어 할까. 샐러리맨으로, 직업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교사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 된다. 그들이 <교육현장>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의 짐을 전부 떠넘기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훌륭한 교사는 학교가 두렵다. 학생을 마주 대하며 그들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 것 자체가 우리 학생들에게도, 나아가 국가 전체에도 고마운 일이다. 그것을 참고 노력하는 이들을 응원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니 슬픈 일이다. 넙죽 절 받아도 모자랄 판에 학생과 학부모부터 동료 교사까지 응원은커녕 방해만 한다면 그들의 기분이 얼마나 주옥같을까.

 

그래, 그냥 닥치고 진도나 빼자.”

 

 이 순간부터 우리 문제아들은 영원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성장 할지 모른다. 이해하고 다듬어 주려 무진 애를 써도 알까 말까한 아이들의 생각은 삐뚤어진 채 남겨진다. 이건 우리 미래에 있어서 심각한 일이다.

 정책상 선생님들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급 제도가 제안된다.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하는 만큼 벌이가 되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열성이라는 건 슬픈 일이다. ‘하는 만큼 버는구조에서 교육자들이 어느 때보다 섬세한 청소년기 학생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는 게 가능할까? 모두가 설리번 선생님과 같을 수는 없다. 성과급? 글쎄. 독려하려면 전체를 확 다 올리는 게 낫지.

 

 훈장 선생님 포스를 내는 저자는 마지막에 '타자를 아는 것이 가르침과 배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수업이 다 끝난 뒤, "선생님, 하나도 모르겠어요." 라는 질문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교육 현장>에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훈장님께 죄송스럽지만 이것은 지나친 이상주의다. 그 과정이 가르치는 이에게 일방적으로 너무 힘이 드는 불균형한 실천이다. 쌤 죽어. 그럼에도, 현역 선생님들께 더 죄송스럽지만 그 이상주의와 불균형한 실천에 찬성한다. 성공적인 이상적 교육을 꿈꾼다면 방법 또한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이 낭만적이다. 엄마를 품듯 평생 마음에 품고 고마움을 느끼는 존재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선생님에게 가장 많다. 직업 선생님이 아닌 교육자로서의 선생님을 응원하는 사람들, 이 중요한 문제를 마주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훌륭한 교사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품는다. 나는 직접 교사와 관련된 일도 하지 않을뿐더러 학교 다니는 애도 없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한다. 숭고한 직업을 가진 분들, 두려워하지 말아주시기를. (오지랖 넓게 덧붙이자면 숭고한 선생님의 범위에서 대학 교수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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