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돼지랑 거미의 우정을 그린 황당한 동화. 동화 세계의 지존, E.B 화이트의 대표작.

 

<샬롯의 거미줄>, 엘린 브룩스 화이트 저.

 

 초반부터 귀여운 돼지가 나온다. 꼬마 아이와 돼지의 이야기인 듯하다가, 어느 새 샬롯이라는 거미가 튀어나오더니 거미줄로 글씨를 써댄다. 뭐지 이건? 거미줄로 월버의 운명이 바뀌다니!

 꼬마 아이는 초반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인간 중에 가장 가까이서, 그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첫 존재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엔 들러리. 아무튼 나중에 돼지랑 대화한다는 능력(?) 덕에 의사에게 진단 받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뭐, 심각한 건 아니다.

 꽤 덩치가 있는 우리의 주인공 회색 거미, 샬롯. 샬롯은 상상만큼 징그럽지 않다. 동화 작가가 쓴 글의 힘 덕일까.

"샬롯은 여덟개 중 작은 다리 하나를 들어 흔들며 인사했다."


 이 인사 한번으로 샬롯은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귀여운 거미로 느껴진다. (아닌가?) 꿀꿀 대며 어리버리한 월버에게 샬롯은 어른스러운 친구로 다가온다. 샬롯은 거미의 무서운 모습을 단박에 바꾸어 버리며 친근하게, 마치 어린 아이를 다루는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오, 위대한 동화의 힘이여! 거미는 사실 더럽게 징그럽다!)

  <샬롯의 거미줄>의 내용은 단순하다.

 띨띨한 돼지 월버, 멍청함이 넘쳐흐르는 월버를 샬롯이 거미줄에 글씨를 써서 위대한 돼지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단순한 과정이 끝날 무렵에 나는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내가 이런 대단한 감동을 받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우정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괜히 고전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미디어가 아닌 책장에서 따뜻함을 느껴 본 게 참 오랜만이다.

 울타리 안의 동물들은 묘하게 인간들과 대비되며, 티격태격 하는듯하면서도 은근 하나로 뭉친다. 월버는 그 안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가장 띨띨한 게 정감 가는 케릭터다. 샬롯이 월버에게 "거꾸로 뛰어봐!" 하면 월버는 그대로 한다. 작은 거미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다. "이제 그만 자야지, 월버." 하면 곧 잠이 든다. 월버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 샬롯.

  우정은 언제 만들어 질까? 우정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와 어떤 의미를 갖고 관계를 이어갈까? 누군가의 조건 없는 따뜻한 애정,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씨. 평소에 잊고 사는 보물 같은 감정들. 모두가 생쥐처럼 산다. 흔해 빠진 감상이지만, 그러니까 고전이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테지. 생쥐! 우리는 생쥐처럼 살고 있다! 더러운 쓰레기통을 뒤지며, 누군가의 배부름에 배 아파한다. 거래를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는다. "쥐새끼 같은 놈들!" 은 참 잘 지은 욕이다.
 
  샬롯과 월버가 처음 우정을 나누게 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월버는 외로웠고, 친구가 간절히 필요할 때 샬롯이 문 위쪽에 붙어서 그에게 인사했다. 월버는 순진하고 깨끗한 마음씨의 소유자였고 샬롯 또한 그랬다. 샬롯이 조금 더 똑똑했을 뿐.

  현실에서 어려운 일들을 소설 속 환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 한다. 월버처럼 우리는 모두 한번씩 격한 외로움을 느낄 때 가 있다. 유일한 친구가 실은 함께할 수 없는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다거나, 자유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드는 환경에 놓이게 되거나 할 때 말이다. 이럴 때 마음이 넓은 친구, 게다가 능력도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니! 불가능 할 정도로 놀라운 샬롯의 존재가 그래서 감동적이었을까.

  샬롯이 작별인사를 할 때 누구나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입장이 될까? 월버? 샬롯? 샬롯의 거미줄을 읽었다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그 누가 되도 아마도 행복하리라 확신한다. 생쥐마냥 세상에 수많은 쓰레기 자기 계발서에 투자할 시간에, <샬롯의 거미줄>을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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