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 -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이정동 프로젝트 총괄 / 지식노마드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꼬집은 책.

 두께와 표지에 서울대 교수들의 얼굴이 잔뜩 프린트 되어 있는 'S' 포스의 완전판.

 누가 감히 S대에게 딴지를 걸테냐! 그것도 교수한테. 역시 공대는 카이스트?

 

축적의 시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저

 

  1. 기술력 확보는 필연적으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원천 기술을 확보 해야 한다.

 

  2. 이를 위해 대기업 체제를 지양하고 히든챔피언의 가능성을 높히도록 중소기업 기술지원을 해야 한다. 대학은 중소기업에 기술 지원을 해야한다. 

 

  3. 대학은 공학 기초를 철저히 가르치고, 실제 산업에서 경험을 가진 교수들이 늘어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실적 위주의 논문만 쓰는 글쟁이 교수들 짜져라!) 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실제 경험을 쌓아야 한다. 

 

  4. 중국은 이미 몇 몇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제조업 강국 독일과 일본을 본 받고, 중국을 추월하자! (또는 더 이상 추월 당하지 말자!)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 요약을 읽었다면 안 사도 좋다. 두껍고 비싼 책이다. 저 위의 내용이 거의 책의 전부다. 중복 내용이 아주 많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공론 인 듯. 책의 겉보기 위용에 비하면 전체 내용은 허약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짜증나겠지만.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마인드와 실전을 중시하는 생각은 든든하다. 서울대 교수들의 마인드가 저렇다면 우리나라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들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뀔 테니.

  나도 이공계열을 나왔다. S대 아니다. K,Y, KAIST 다 아님. (그 먼 델 왜 가? 엄마 미안해..) 졸업 후 제조업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중.

  저자들은 학부에서는 기초를, 석사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의 기본'을 배운다고 한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맞는 말이다. 회사에 막상 들어가도 기초부터 배운다. 게다가 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 해봤자 뚜렷한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에 근접하기도 어렵다. (중국집에서 양파까기 부터 하는 거 알지?)

 

 나는 공학의 기초가 튼튼할까? 부끄럽게도 "아니다." 이공계 공부는 어렵다. 진리를 파고들고, 자연을 해석하는 위대한 일이 어찌 쉬우랴! 회사에서 서럽게 혼나지 않으려면 학교 다닐 때 기초 공부 착실히 해야 한다. 그래, 이 형들 말이 맞더라. 기본은 아주, 매우, 존나  중요하다.

 

  저자들은 제조업 자체를 걱정하는 엔지니어 집단이다. 그들의 주장에 깨알 같이, 전적으로 찬성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S대 형들 말을 안 들으면 누구 말을 들을까. 학벌주의냐고쟤들이 잘 하는걸 뭐 어쩌라고.)

  나라의 기간산업 제조업. 나는 제조업에 있는 사람들을 존경한다의사들보다 훨씬 멋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면에 있어서는. 흥분하지 마시길, 의대생 여러분.) 엔지니어는 멋진 직업이다! 에너지가 없이 인류가 생존할 소냐! 참고로 나는 다른 직군으로 이직 준비 중.

 

  기계 제조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모두가 달라지길 희망한다. 저자들의 말처럼 국가의 근본 사업은 기본부터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이 제조업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 '물건'이 없으면 뭘 하냐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 두드리는 것만 일이 아니다. 훌륭한 제품을 실제 만들기 위해서는 손에 기름 때 묻혀가며 몸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금융업을 발전시키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맞기야 맞는 말이지만. 하지만 물건을 못 파는 데 금융업이 번성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굴릴 돈이 없는데. 금융은 굴러갈 자금과 경제력이 있을 때 번성한다. 미국과 영국의 금융업이 최고인 이유를 모르겠나? 역사의 큰 틀에서 보면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함으로 얻는 부산물, 엄청난 국토 에너지 자원과 기본 기술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최고 일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니까 흥분하지마 경제학과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독일과 일본이 막강한 저력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영국에 '상대적으로' 뒤지지 않는 이유는 제조업의 기술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도 그래야지? 그러고 보니 이 책 읽다 보면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무럭무럭 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또는 그들의 높은 가치를 다시 알게 되었거나.

 

  나는 이 길에서 계속 꾸준히 나아갈 수 있을까? 기술이라는 것은 이 분들의 말처럼, 단기적인 성과로 이윤을 내는 게 아니다. 그들에 의하면 마음먹고 10년을 하나의 연구를 완성한다는 목표로 달려가도 날까 말까한 것이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보아도, 이쪽 계열은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의 뿌리 깊은 문과생 체질 덕에 나는 회사에서도 개고생중이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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