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드림 1 - a coffee revolution
하나가타 레이 원작, 히라마츠 오사무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커피를 좋아한다. 심하게 좋아한다.
대학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술=커피=담배(맛도 없는 이것들을 뭐하러 기호품이라고 하나?)라고 생각해서 입에 대지도 않았다. 캔커피는 오로지 겨울 손시려울 때의 용도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가끔 설탕과 프림을 1:1로 섞어서 뜨거운 물 타서는 잘 마셨지만.
그러다가 취직한 첫 직장. 막내인 터라 잡다한 일도 다 해야했는데, 어느날 옆 팀에서 '도저히 더러워서 못쓰겠다' 며 낡은 커피머신을 우리팀에 놓고 도망가버렸다. 기계는 비싼 것이었는데 누구도 청소를 하지 않아 곰팡이 끼고, 때묻고....신입이니 일도 그리 많지 않고 아침에 가장 먼저 출근했기 때문에(아침형 인간이다) 청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식초, 소다, 끓는 물, 수세미, 마른 행주,드라이기.....온갖 수단을 동원한지 사흘만에 커피머신은 새 기계가 되었다. 나중에 옆팀은 이 기계를 다시 가져가려 했고, 그 때문에 우리팀 대리님과 옆팀 대리님이 정말로 '심각하게' 싸운 에피소드가 전설처럼 떠돌았다.
하여튼 내 손으로 닦아놓은 기계, 아깝지 않은가. 당시 회사에는 냉동실에 커피 원두를 쟁여놓고 있었고 나는 아침마다 커피를 내렸다. 출근하면 다들 커피냄새에 감탄하며 칭찬을 해주었고 나는 더 열심히 내렸다.
그러다가 어느날 '냄새는 정말 좋군' 하며 홀짝 거린 그 흐린 원두커피 맛. 정말 좋아서 푹 빠져버렸다.
서론이 길었다.

하여튼 커피를 그렇게도 좋아하는 내게 이 만화의 선전문구,

'국내 최초 본격 커피 만화 등장!'
'원작자의 쉽고 자세한 커피 에세이 수록'
"원두 커피의 쓴 맛을 없앨 수는 없을까?"
"인스턴트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기에 좋은 커피가 있다고?"
...는 유혹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만화 자체는 그닥 재미가 없다. 작가가 너무 짧은 지면에 욕심을 냈다. 커피의 역사, 기원, 원두 품질까지 각 에피소드에 집어넣으려 지나치게 애쓴 느낌. 보면서 내내 '뭐 꼭 이렇게까지 서두를까' 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신의 물방울 같은 품질을 기대하면 반드시 실망한다!

하여튼 책을 읽다 좋은 대사가 있어 옮겨본다.

- 커피의 매력 중 하나는 무한한 맛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마시는가' 가 아닌 '누가 마시는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양한 고객의 기호에 맞춘 여러가지의 커피가 존재할 뿐, 과연 커피의 우월성을 개인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물론 나도 처음부터 원두에 맛을 들여서인지 어딜 가나 무조건 진한 블랙을 마신다. 그건 단지 취향일 뿐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애호가랍시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비웃는 이들은 커피가 주는 행복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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