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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시간
황경택 지음 / 가지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훨씬 많은 것이 보이고, 좋게도 보인다.
우리가 좇는 행복 역시 물리적으로 측량할 수 없으며 각자의 마음속에 그 답이 있다.
p.16
『꽃을 기다리다』를 통해서 황경택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고나서 팬이 되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세밀화와 꽃, 나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서 자연의 매력에 푹 빠지게 이끌어준 작가님인데 이번에 『자연의 시간』이라는 신간이 나와서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내 키보다 높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가지가 허공에
그린 그림을 감상한다. 파란 하늘은 도화지, 그 공간을
나뭇가지라는 펜이 지나가며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해 보면,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화풍을 가진 화가들 같다.
p.36
내가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이번 책도 너무 좋았다. 1월부터 12월까지 그 시기에 만날 수 있는 꽃, 나무를 담았다. 꽃과 나무의 그림들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되었다. 예전 책들은 정보 전달을 목표로 쓴 글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은 따스한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의 이야기와 저자의 일상에서 겪은 일들, 평소 생각들을 담담하게 담았는데 표현력이 좋아서 문학 작품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나무, 꽃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어서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우리 집 마당에 여러 나무들이 있는데, 유독 벚나무에 개미들 줄을 지어서 나무로 올라가는 모습을 자주 봐서 신기하기도 벚나무를 괴롭히는 것으로 생각해서 개미들이 나무에 못 오르게 나무 주변에 개미약을 뿌리기도 했는데, 이 개미들은 벚나무가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것을 막기위해 벚나무가 초대한 손님이였다. 잎자루에 작은 꿀샘을 만들어서 애벌레 천적인 개미를 유혹한 것이였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개미를 오해한 것을 알게되었고, 자연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내 입장에서 자연을 바라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매력은 흥미로운 자연의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책을 펴고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에 푹 빠져서 책을 읽었다. 가끔 산에 가면 도토리와 잎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바닥에 떨어진 것을 종종 보면서 누가 일부로 꺾은 것일까 궁금해한 적이 있는데, 그 범인이 아주 작은 벌레였다. 그것도 자기 새끼를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는 것이였다. 흥미로운 자연의 일들이 이 책안에 가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동적인 글, 위로가 되는 글도 있다. 저자가 가끔씩 가을에 개나리가 피고, 철쭉이 피는 것을 보고 사람이 미쳤다는 표현을 하는데 너무 몰아세우지 말라고 한다. 꽃도 실수 하고, 우리가 실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실수가 위대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니 두려워 하지 말라고 한다. 작년 가을, 마당에 봄에 꽃을 피우는 라넌큘러스가 따스한 가을 햇살이 좋았는지 땅속에서 갑자기 새순이 올렸다. 따뜻해서 헷갈렸나보다고 생각하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자연도 진짜 실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다 읽고나니 금방 끝난 것이 아쉬웠다. 다음 신간이 기다려지는 책이였다.
참고로, 책을 구매하면 예쁜 미니 달력을 선물로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