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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박물지 -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3월
평점 :

"풍경의 물고기는 대기 속을 헤엄치면서 방울새처럼 운다.
그래서 풍경이 울리는 공간은 용궁 속처럼 파란 물속이 되고,
물고기와 새들은 대기와 파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처마 밑에서 만난다.
이것이 한국인의 문화적 취향 그리고 서정이다."
p.243
어릴 때부터 이어령 교수님의 책, 글을 자주 접해서인지 이어령 교수님 별세 소식에 마음이 아펐다. 암투병중인 것을 알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안타까웠다. 이어령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 같은 사물을 봐도 남다르게 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끼리를 연결 시켜서 새로운 것을 탄생 시키거나, 새롭고 비틀어서 보기를 하는 등 한다. 허를 찌르는 글을 보면서 무릎을 '탁~'하고 치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는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우리 문화 박물지』는 이런 매력을 한가득 품은 책이다.
이 책은 갓, 정자, 붓, 박, 지게, 씨름, 버선, 서까래, 항아리 등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물건, 조상들이 지켜온 문화들을 소개하면서 그 속의 숨은 의미, 우리 문화의 저력 등을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궁금했던 부분도 알게 되었고, 몰랐던 선조들의 지혜도 알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소재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 달걀 꾸러미이다. 달걀 꾸러미는 사실 달걀이 약한데 왜 짚으로 꾸러미를 만들었는데, 왜 다 덮지 않았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새의 둥지같은 느낌을 주는 짚을 사용했고, 깨지기 쉬운 것이니 조심하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반만 덮었다는 것인데 선조들이 참 지혜롭고 세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문고를 다룬 부분도 꽤 인상 깊었다. 무릎 위에 놓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무릎 위에 올린 모습인 피에타 조각상과 연결해서 보는 시각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라서 읽는 동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우리 문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서 아이들과 같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