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이 없으면 만들어라, 가지 않는 길로 가라, 내가 가면 길이 된다... 나를 다그치고, 경쟁에 끼어들고, 미치듯이 앞만 보고 가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하도록 채찍질 했던... 그 동안 많이 듣고, 보던 말과 글이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길이 아니면 가지말라'한다. 워낙 반대로 살아서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법정 스님의 여러 글들과 삶을 보고 이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알게 되었고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법정 스님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말고 사는 삶,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를 강조 하셨는데 그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에는 산에는 꽃이 피네, 산방한담, 물소리 바람소리, 텅 빙 충만, 홀로 사는 즐거움, 오두막 편지, 서 있는 사람들 등 수 많은 법정 스님의 책중에서 발췌한 글과 불일암의 소소한 일상과 사계절의 모습을 최순희 선생님의 사진으로 담아서 좀더 법정 스님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도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꾸밈 없고, 담백하게 감나무, 모란꽃, 해바라기 등 꽃과 나무와 텃밭, 빨래, 불일암 안에서 바라본 바깥풍경 등을 최순희 선생님 시선으로 담았다. 법정스님께 감명 받아서 최순희 선생님은 자주 찾아 뵙고, 편지도 많이 썼다고 하는데, 법정스님이 다 소각하셔서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최순희 선생님과 인연이 있는 정지아 작가님의 글도 같이 있어서 낯설은 최순희라는 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때 <무소유>를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모두가 모든것을 소유하려고 할때 '소유하지 말라' 라는 말은 너무 생소하고 강하고 신선한 충격이였다. 법정스님을 처음 접하고 팬이 되서 많은 책들을 찾아 봤다. 볼때마다 법정스님처럼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깨달음을 얻고, 내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법정스님은 자연과 더불어 사시고, 평생을 무소유를 실천하신 분이다. 겨울이되면 새를 위해 감나무에 감을 남겨 두고, 텃밭에 심은 채소를 산에 사는 짐승들과 나눠 먹는다. 참으로 멋진 삶인 것 같다. 누구는 화가 날 일에 누구는 허허 웃으며 기꺼이 자연에서 온 것을 자연으로 보낸다.

불일암은 파릇파릇하다. 텃밭에는 여러 채소가 얼굴을 내밀고, 찔레꽃이 피고, 뻐꾸기가 찾아오면서 봄이 시작된다. 모란, 진달래, 도라지꽃,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들이 가득하다. 법정 스님은 건성으로 보면 그저 산이고, 마음을 열고 보면 자신도 산이 된다고 했다. 매년 피는 꽃을 보면서 또 꽃이 폈구나 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열고 보고 모란의 향도 느껴지고, 후박나무가 고맙고, 꽃이 피는 것은 큰 사건이라는 것을 깨달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텃밭의 채소들이 '목마르다' 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법정 스님은 주변 꽃, 나무, 벌레, 풀, 산짐승 등과 마음을 열고 교류하고, 대화를 했다. 나도 마음을 열고 좀더 넒은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엽기적인 사건들, 비윤리적 사건들, 진흙탕 싸움 같은 정치판, 권력 남용으로 핍박 받는 모습을 보면 세상을 탓 했었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을 맑고 향기가 가득한지 돌아보라고 한다. 내가 먼저 맑고 향기로우면 세상은 바뀐다고 한다. 이렇게 모두가 내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가꾸면 세상은 아름다워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가꿀까? 법정스님은 작은 것, 하찮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해 하는 마음을 가지면 기쁨과 행복이 오고, 내가 맑아진다고 한다. 참으로 쉬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책을 덮으면서 법정스님의 좋은 말씀을 행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라도 마음을 열고 주변을 바라보고, 범사에 감사하며, 매일 나를 돌아보고 맑고 향기나는 사람으로 가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스님이 그리운 분들에게는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삶이 힘든 분들께도 추천한다. 법정 스님의 삶을 엿보면서 치유가 되시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