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가 강력 추천한 이유를 금방 알게 되었다. 기린의 날개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드러내지 않지만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배려, 사랑이 숨은 시선이 느껴졌고, 나미야 잡화점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작품마다 주인공, 배경, 소재 등은 다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것으로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어느 하나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내용과 메세지가 뛰어났다. 감동이 몰려오기도 하고, 슬픈 상황에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되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은 시간에 멈춘 시계를 바라보는 쓸쓸한 노인의 뒷모습을 생각하며 안타깝기도 하고, 가족과의 아픔이 있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다를 찾아 가기도 하고, 슬픈 아들과 아버지의 만남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몇 작품만 소개한다면 <성인식>을 소개 하고 싶다. 가족의 죽음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고,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이다. 딸바보인 아빠가 15살인 딸을 교통사고로 떠나 보내면서 아이한테 빨리 학교 가라 재촉하지 않았으면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자책한다. 부부는 텔레비전도 마음 편히 못 본다. 딸과 비슷한 또래가 나오면 자리를 피하거나 꺼버린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후 딸이 성인이 될 무렵, 남편은 죽은 딸 대신 성인식을 참가 하자고 아내에게 제안을 한다. 그 둘은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45살이 20살처럼 보이기 위해 옷을 고르고, 염색도 하고, 피부관리를 한다. 드디어 성인식날 그 둘은 가는 길에 집으로 그냥 돌아가갈까 고민도 하지만 참가한다. 초대장이 없었지만 우연히 딸 친구들을 만나서 들어간다. 그리고 죽은 딸의 사진을 현상해 와서 친구들과 다같이 성인식 사진을 찍는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러다 부부가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슬픔을 치유하고, 서로에게 금기시 되었던 딸을 수면 위로 올려서 서로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고,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남아있는 소설이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역시, 수작이다. 묘사가 뛰어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더 감정이 증폭되는 작품이다. 외딴 지역에 바다가 보이는 작은 이발소로 젊은 청년이 찾아오고 한 늙은 이발사는 수다스러워진다. 자기의 조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처음 이발소에 발을 들인 계기, 화가가 되고 싶었다는 본인의 꿈이야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발소 이야기, 결혼과 이혼의 이야기, 번영해서 2호점을 내고, 성공가도도 달려보고, 망하면서 얻은 깨달음, 재혼과 아들을 낳았을때의 기쁨,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고, 그래서 안타깝게 이혼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다.
마음이 아펐던 것은 결혼을 앞둔 이 청년이 수소문을 해서 아버지를 찾아온 것이다. 서로 아버지인 것과 아들인 것을 가슴으로 느꼈지만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머리를 다 마무리 하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여 달라고 이발사는 말하지만 앞머리가 정리 되지 않았다며 결국 얼굴을 들지 않은채 소설은 끝난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그 뒷 이야기를 독자에게 넘겨서 각자의 상상에서 부자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작품들이 다 좋았다. 책을 읽는 시간은 '가족'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 소설은 나 역시 강력 추천하는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