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다자이 오사무도 유명하고, 인간 실격도 유명한데 아직까지 접해보질 못했다. 최근 인간 실격을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열림원의 세계문학 시리즈 3번, 인간 실격. 책을 받자마자 너무 얇아 놀랬다. 세계문학이라 하면 기본적인 책의 두께가 있는데 이 책은 보통의 책보다 얇았다. 두껍다고 대단한 건 아니구나.

요조라는 잘생긴 그리고 비관적인 사람의 이야기다. 비관적이라는 단어로만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단 내가 아는 단어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읽고 있으면 요조가 나를 지하로 끌어 당기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지하는 우울과 슬픔의 느낌이라기 보단 내가 다른 세계를 알려줄테니 따라와봐. 이런 느낌이었다.

나의 인생은 연극이라는 고백에 이어 내 머리 속에는 모든 시나리오가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은 다 계획된 것이다. 실수를 하는 것 조차도. 타인에 대한 분석은 정확하지만 사람을 믿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가... 수많은 물음에 본인의 스타일로 답을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요조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를 만나는 여자들의 헌신이 일본 여자의 특징인 건지, 아니면 요조가 너무 잘생겨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건지.

비관적이고 자폐적이라고 생각했던 요조도 결국 인생을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오히려 요조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가식적이지 않아 보였다. 물론 마지막엔 알코올중독으로 빠져들긴 했지만. 그리고 중요한 하나를 남긴다. 인간 실격이 된 나의 인생은 계속되고,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요조의 인생이 어쩌면 행복을 너무 쫓고 그래서 더 불행한, 불행이 너무 힘든 요즘 사람들보다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책의 맨 뒤에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연보를 보다보니 요조가 다자이 오사무인가? 본인의 이야기를 쓴 걸까? 하는 착각이 든다. 디테일은 같지 않지만 선이 비슷하다. 요조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채로 책이 끝났다. 다행이다.

요조처럼 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내 마음에 충실해 보라는 거다. 누군가는 대책 없는 개차반 인생이라 논하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 분명 무언가 있다는 게 아닐까? 그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나는 알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