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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졌다. 나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는 작가. 그런데 좀 다르다. 제주도는 아예 다 정리하고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작가는 육지에서의 생활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거리 상으로 5도2촌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데 이게 가능하다니!!!
나는 7월에 아이 초등학교 첫 방학을 맞이해 제주도로 냅다 내려갔다. 2주 살기 두 번 이후 오랜만에 제주살기였다. 이번엔 열흘살기. 말해 뭐해. 너무 좋았다. 제주의 간 곳을 또 가도 좋고, 안 간 곳을 처음가도 좋은 게 매력이다. 자주 간다고 해서 다 가봤다고 자만해선 안 되는 섬이다.
제주도 좋은 거야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 제주도 풍경 담은 사진이야 예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중요한 건 내가 거기 있느냐다.
작가는 주말과 연휴를 이용해 혹은 아이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제주도를 간다고 한다. 제주도에 집이 있다. 제주도에 집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나를 감동시킨다. 딸에게 뒷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힘들 때 숲과 바다가 딸아이의 뒷배가 되길 바란다고.
도시에서 일을 하면서 제주에 집이 있다는 건, 작가의 가족에게도 많은 고민과 현실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에 고스라니 스며들어 있다. 작가가 아이의 방학 한달동안 제주도에 사는 대신 남편은 도시에서 돈을 번다. 부부는 가정의 공동 창업자, 한 명이 출장을 가면 한 명은 본사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마음에 든다. 아이의 교육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제주를 아끼는 마음도 담겨있다. 제주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도 담겨있다.
처음엔 단순히 제주도에 있는 게 부러웠다. 두번째는 도시와 제주도의 삶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게 부러웠다. 세번째는 부부의 적절한 역할분배와 남편과 함께 한다는 게 부러웠다. 네번째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타협이 부러웠다. 다섯번째는 글을 쓰는 능력과 책을 낸 게 부러웠다.
좋은 책은 읽고 나서 나에게 변화를 주는 책이다. 이번 여름 딸과 함께한 열흘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제주도에 집이 있고 없고의 차이지만 나도 여름방학을 제주도에서 딸과 지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