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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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는 내가 젊었을 때, 20대 때 나를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준 책이다. 이 작가의 살 수 있으면 다 샀다. 아직도 책장에 컬렉션처럼 있다. 웨하스 의자도 20대 언제가 읽었을 거다.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이제 정말 내일 모레면 마흔이 된다. 30대의 끝자락에서 이 책을 다시 볼 줄이야. 20대가 읽는 웨하스 의자와 40대가 읽는 웨하스 의자는 어떻게 다를까

주인공은 어쩌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스며드는 우울감, 불안감, 공포감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다. 마치 대화를 하듯이 말이다. 어쩌면 영원히 함께일거라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부남의 만나면서 주인공은 반짝반짝 빛난다. 소설 중간에 애인에게 가정이 있다는 대목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깜빡 속았을 것 같다. 애인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 순간에는 말이다. 현실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을 꾸민다고 하더라도 그게 채워지는 사랑일까?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은, 어쩌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곳의 자기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죽음에 다가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로맨틱하기도 하고 황홀해하기도 한 애인과의 사랑을 보고 있으니 남편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준 적이 언제였는가..... 남편과 나는 이런 시간이 있었나..... 말랑말랑한 사랑의 감정은 다 어디로 간건가.....

주인공이 부러웠다. 유부남을 만나 사랑에 빠진 현실적인 것 말고 그냥 단순히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것에, 그 순간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

웨하스 의자는 웨하스로 만든 의자, 단단하지 못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그런 위태위태한 의미이지만 어쩌면 웨하스 표면의 반짝이는 느낌의 사랑이기도 한 것 같다. 오랜만에 나의 말랑말랑한 감정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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