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가 아닌 온전한 나로 서기
정연희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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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내 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니가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한 건, 아이를 낳고 나서 부터였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나의 모든 것이 변했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아이를 낳지 않고 살고 싶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그 때는 못 했을까?

하루는 남편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딸이 교사나 공무원이나 승무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결혼하고 나서 일도 하고 싶고, 아이도 키우고 싶다면 저 3가지 직업이 가장 좋아 보였다. 나처럼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기겁을 하면서 니가 뭔데 딸의 앞길을 정하냐고 말했고, 나 역시 어이없는 생각임을 알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나에게 저런 정보가 있었다면 나는 과연 다른 선택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딸에게 이야기해준다. 이기적으로 살라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시부모님의 말과 행동 때문에 많은 며느리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그냥 넘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긴 기간 힘들어한다. 저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자의 시부모님은 저자에게는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며 중요한 걸 놓치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이야기하면서도 시누이에게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게 중요한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남편이 이런게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일까?

"나는 남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의 행동만 믿었을 뿐이다. 내가 첫 직장을 잡을 때 운전을 해주고, 함께 결과를 기다려주고, 포트폴리오 제작을 도와주고, 업체를 찾아주고, 면접을 볼 때 딸 아이를 돌봐주는 그 수많은 행동들을 믿었을 뿐이다." p.86

저자의 생각이 재미있다. 맞다.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나의 예쁜 딸이 그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란다.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낼 말이 없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겁내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오해 없이 말했으면 한다. 엄마를 닮아 겁쟁이에 입을 꽉 다문 고집불통 인간이 도지 않기를 바란다. p.116

내가 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그래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나 역시 해야할 말을 못하고 살아왔다. 후회도 많이 하고 손해도 많이 봤는데 딸은 그렇게 안 살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가 딸에게 옳은 말이라도 상황을 봐가면서 말해야지. 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지. 틀리면 어떤가? 그걸로 배우면 될테니 말이다.

조용히 살고 있던 엄마가, 딸이, 며느리가, 아내가 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세상이 시끄럽다고 한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좋으니 내 딸은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행복한 거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이나 출산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온전히 자신으로 살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딸을 키워야 할지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될지에 대해서..... 자신의 삶을 녹여내 딸에게 메시지를 주는 게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멋진 여성이 많아지길 바라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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