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해석 - 사랑은 계속된다
리사 슐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일므디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 건 대환영이다. 우린 모두 언젠가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을테니까. 저자의 남편이 통증을 느끼고 죽기까지 저자가 쓴 글을 따라가면서 아버지가 많이 생각이 났다. 나 또한 누군가를 잃었고 그 상처는 10년이 되어도 아물지 않는다. 단지 기억이 점점 희미해질 뿐

사건의 흐름, 생각의 흐름, 일기를 쓴 내용,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다소 학구적인 내용들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부부가 둘 다 의사라 의사라는 직업에서 환자를 바라보던 시선과 환자가 되어 혹은 환자의 보호자가 되어 느끼는 감정들을 써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진단을 말하고 죽음을 말하던 의사가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니

책엔 이렇게 써 있다. 그날 많은동료들과 친구들, 가족 친지들이 나에게 여러 가지 말을 해 주었지만 그 가운데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은 단 한사람이 건넨 말이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고 지금도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날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1년 반 전에 남편을잃었어요.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나아진다는 거예요.' p.85

우리는 슬픔에 빠진다. 누군가를 잃는다. 하지만 그것을 견뎌낸다면 같은 일을 겪은 사람에게 그 누구보다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이런 순간이면 나의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인다. 시간이 느려지면서 머리는 마비되고 목소리와 몸이 자율 주행을 시작한다. 이 변화된 삶에서 지극히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기도 힘이 든다. p.94 초반에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이따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고인의 빈자리가 죽음을 처리해야 하는 일부터 시작해 일상까지 파고든다. 이 시기에는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아무일이 없었던 척 하는 것이 좋을까? 일은 잘 할 수 있을까? 일을 주는 것이 좋을까? 쉬게하는 것이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우린 정말 혼자는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의 애도의 기간을 거치고 다시 자신이 했던 일로 복귀하는 것이. 하지만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삶의 목적은 가족이나 직업, 명상, 종교, 영성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기인한다. 또한 회복력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긍정적인 경험뿐 아니라 부정적인 경험에서도 교훈을 얻는 사람일수록 더욱 강해진다. 회복력이 강한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을 확률이 높다. p.157 가장 중요한 내용인 듯 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같은 상황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 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람, 이 일을 겪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건 중요하다. 물론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슬픔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혹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병적인 단계까지 가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감정이나 행동 그리고 사고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면 나처럼 이런 과정을 거치며 힘들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살아가야 한다. 완전한 치유는 없다. 몇 년이 지나도 예기치 못하게 밀려오는 슬픔을 우리는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보고 잘 되지 않는다면 나가 말한 방법도 한 번 해보라고. 그리고 분명히 누군가를 잃었을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고

책을 읽고 나니 어딘가에 숨겨 놓았던 아버지의 죽음이 다시 찾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번주에 같이 일하는 동료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말이다. 과하지 않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10년 전 나로 돌아가봤다. 그 때 나는 어떤 위로가 필요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