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언어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
사샤 베이츠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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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이라는 문구가 마음을 끌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을 상담하는 심리치료사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상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겪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담을 한다는 건 언제나 미완성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상황도 너무나 다양하지만 사람도 너무나 다양하다. 이론만으로는 무언가 항상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모든 어려움과 상실을 상담자가 겪여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인생을 통해 알고 있다. 비슷한 혹은 같은 어려움과 상실을 겪은 사람의 조언이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너무나 유명한 이론이 있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애도에 대한 5단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저자도 이것에 대해 배웠고, 자신의 삶에서 직접 검증을 하게 된다. 저자는 퀴블러 로스의 5단계에 대해 모든 유족이 부정 단계를 겪진 않는다는 것이다. 겪는다 해도 첫 번째 단계가 아니거나 다른 단계와 뒤섞일 수 있다고 한다. 사별의 초반이 아니라 후반에 올 수도 있고,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한다. 부정단계 뿐 만 아니라 다른 단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해리에 대해서 트라우마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인간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 고통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해리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 중의 하나로 위험을 피할 안식처를 찾고자하는 반응이라는 거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오로지 놀라운 친구들 덕분이었다. 친구들은 내가 병원에서 지낸 사흘 동안 일을 중단하고 함께 있어 주었을 뿐 아니라, 내가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돌봄 당번을 정하여 차례로 곁을 지켜주었다. p.69

이 부분은 유족의 성향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내 옆에 누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이 부분이다. 유족은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시간이 흘러 회복이 된다면 다시 일상으로,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외면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한 부분이다. 내 가족의 죽음이 없었던 것처럼 여행을 가거나,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뭔가를 억압하고 회피하고 부정하고 있다는 뜻만은 아니라고. 오히려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너무나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도에는 옳거나 그른 방식이 없다는 점이다. 사별은 늘 고통스럽고 기나긴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다치지 않거나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p.45

저자는 자신의 삶의 상실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상담을 돌아보기도 하고, 본인이 알고 있던 상담의 이론을 적용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도 알게 된다. 경험과 이론이 적절히 섞여 있어 상담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어쩌면 저자는 조금 더 성장한 상담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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