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기타 모리오.사이토 유카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울증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나? 내가 알고 있는 조울증은 가족들이 나가 떨어진다. 가족은 벌려 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힘들고, 당사자는 벌려 놓은 일 때문에 우울해서 힘들다. 아빠라고 했으니 아마 자녀가 쓴 책인 것 같은데 책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책은 아빠와 딸의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다. 대체로 딸이 묻고 아빠가 대답한다. 정신과 의사인 아빠와 소설가인 딸, 뭔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과거의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가 결국엔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까지 , 직접 겪어본 사람이니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니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

아빠는 전형적인 조울증의 증상이었던 것 같다. 조증과 우울증을 왔다갔다 하는, 조증일 때는 우리가 흔히 아는 사고를 치고 다니는 그런 패턴, 우울증일 때는 입을 열기 조차 힘든 그런 패턴..... 조울증은 조증일 떄보다 우울증일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다행히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었다.

평화로워지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훨씬 좋은 약도 있어서 환자가 줄어들 법한데 이상한 일이야.

p.200

나도 궁금한 대목이다. 10년 전에는 정신병원에서 일했고, 지금도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약은 점점 좋아진다고 하는데, 정신병의 원인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정신과에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많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오히려 많다. 물론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해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나 혹은 다른 문제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어쨌든 뭔가 획기적인 해결책이나 치료책이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다들 120페센트 힘을 낸 사람들입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라는 말이 있는데,

인간은 비에 져도 괜찮고, 바람에 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80퍼센트에서 만족하느냐 마느냐에서 마음의 행복이 갈리는 법이에요.

p.202

가벼워지기, 만족할 줄 알기, 주위를 너무 두리번 거리지 않기(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기)..... 부녀가 전해준 방법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책으로 펴낸 당사자들이 종종 나온다. 정신과 증상이 부정적인 것으로만 이야기가 되서 그렇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도 많다. 당사자의 글을 읽으면 그들의 세계로 조금 더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중에 하나는 너무 압박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보면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능력도 없고, 끈기도 의지도 없어보이지만 우울증이라는 게, 정신병이라는 게 그렇다. 사람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병이나 증상으로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조울증도 즐거울 수 있다. 이 말엔 가족들의 마인드와 노력이 숨어져 있다고 본다. 남편의 조울증을, 아빠의 조울증을 옆에서 보면서 즐겁게만 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울증을 좀 더 쉽게, 가볍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의미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