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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평점 :
책 표지에 뒤에 남겨진 우리들을 위한 철학수업이라고 되어 있다. 새로운 가난이 온다니 책 내용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을 너무나 많이 변화시켰다. 특히 경제적으로..... 요즘에 보편과 선별이라는 두 가지 단어가 아주 많이 나온다. 보편은 말그대로 모든 대상에게, 선별은 말그대로 특정한 대상이라는 건데,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져 재난지원금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 나는 모든 사람들이 받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더 어려운 사람에게 좀 더 큰 금액이 지원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경제 정책에도 가치가 들어간다. 물론 계산도 들어가고, 정치도 들어간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일수도 있겠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누가 좀 잘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뉴스는 믿기가 어려워서.....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를 왜 아직 몰랐나 싶을 정도로 이 책이 재미있었다. 사실 이 분야의 책이 재미있다고 느낀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장 한장 다 소중한 내용이었지만 내가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을 한 번 소개하고 싶다.
사람들이 제1 기계 시대보다 제2 기계 시대의 기술 발전에 더 두려움을 느끼는 건, 이 새로운 특이점이 '기계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전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에요.....그 로봇이 인간처럼 사고까지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뭘까? 바로 이런 질문이 두려움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거죠. p.45
기계가 우리 생활에 들어온지는 오래되었고, 최근엔 비대면의 확산으로 인해 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 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기계와 바둑 대결을 했던 적도 있었고, 최근에는 패스트푸드 가게에 키오스크가 사람 대신 주문을 받는다. 서빙을 하는 기계도 있다고 하니, 이러다가 사람들 일자리가 다 없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로봇은 인간처럼 긴 휴식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피로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의 질도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로봇은 사람처럼 권리를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노동자에 비해 상대하기도 훨씬 쉽다고. 새로운 기계의 능력에 맞서 기존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새로운 영역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이 충분한 소득을 보전해 주지 못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죠.....제 2기계 시대의 기술들을 바탕으로 대량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일명 '플랫폼 경제'라 불리는 배달, 심부름, 청소, 숙박, 이동수단 등의 분야로 개인에게 충분한 소득을 보전하기엔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게 지금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죠. p.63
요즘 도로에 오토바이가 정말 많아졌다. 내가 사는 용인에도 그렇지만 일 때문에 서울시 서초구를 다니다보면 오토바이가 정말 떼를 지어 다닌다. 도로, 인도 할 거 없이 오토바이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 이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일차리 창출과 별개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집을 소유하지 않은 회사가 개인의 집을 가지고 돈을 번다.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회사가 개인의 차를 가지고 돈을 번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새로운 일자리이다. 쓰지 않는 것을 공유하여 돈을 번다는 개념에 대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또 다른 생각이 생긴다. 회사가 기존의 방식, 사람을 채용해서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하고, 월급과 4대보험을 주는 그런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이 또한 적응해야 하는 부분인가?
이 기사는, 2020년엔 인류의 80%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안을 느끼는 '노모바일폰포비아'를 겪게 될 것이라고..... 변화는 시작되었고, 더 이상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 '포노 사피엔스' 탄생했다고 선언하죠. p.113
나 역시도 노모바일폰포비아다. 모든 걸 다 컴퓨터와 모바일로 한다. 일단 화면을 봐야하니까. 화면을 보고 있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않고 생활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이게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이제 우리 몸이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중독을 넘어선 상황이다. 저자가 쓴 내용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런 시대가 오다니..... 아직은 아날로그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온라인 작업이라 그나마 자신이 원할 때, 집에서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클라우드 노동의 중요한 특성 하나를 망각한 거에요.온라인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랫폼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누구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말이죠. p.205
나도 집에서 컴퓨터로 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일을 하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내가 어디에 있든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만 되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이걸 전업으로 전환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노동의 단순함,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단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결과적으로 노동의 온라인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이 서로의 가치를 점점 더 낮추고 있다는 거..... 이런 생각을 왜 못했을까?
이 책은 정말 보물같은 책이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준다. 인간을 위해 발전해야 하는 기술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보호장치를 약하게 만든다. 모든 건 다 개인의 잘못으로, 개인이 일을 하지 않아서, 일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프레임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내일도 착하고 가난하게 살아갈 이들은 누가 보호해주나? 그리고 나 역시 한순간에 뒤에 남겨지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