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나는, 좋은 의사일까요?
레이첼 클라크 지음, 김은영 옮김 / 책든손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살면서 좋은 의사가 있다고 느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몸이 아파 혹은 나의 주변 사람이 몸이 아파 같이 간 병원에서는 좋은 의사는 없었다. 사실 의사를 만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건 건강하다는 축복이 될 순 있겠지만 말이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좋은 의사가 없었다."

직업 상 정신과 의사는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정신과 의사 중에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참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은 있었으나, 그 사람과 내가 환자로 만날 일은 아직 없었으니 직업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책을 조금 읽자마자 영국에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처럼 공공의료서비스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 보였다. 특히 재정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혹은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리고 그런 부분이 언급이 되어 있지만 이 책은 큰 줄기는 저자가 의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내용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의사만 했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고 저널리스트로 일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의사와 환자의 관점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좀 더 폭넓게 해주는 이유였다.

말기환자를 치료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는 환자, 죽음 앞에서 삶을 갈구하는 환자..... 이런 감정적인 상황에 놓여진 의사는 거기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의사는 환자의 치료 뿐 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역에도 관심이 많다. 관계자에게 기고문을 보내기도 하고, 다른 의사가 진행한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의 열정을 보인다. 본인의 안위를 위함은 아니었고, 모두 잘 살기를 원하는 생각 때문에

말기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에서 어쩌면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이 교차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 화합이 되는 경우도 있을테고, 죽음 앞에서 갈라서는 경우도 있을테다. 잔인하거나 혹은 믿을 수 없는 기적도 나타난다고 하니 직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폭이 매우 넓고 차이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이 살아날 수 있냐는 남편의 질문에 확답을 하지 못하고 이 상태로 계속 있게 된다면 뇌는 영구적인 손상을 입게 될거라고 이야기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망이 없었던 거다. 이런 말을 보호자에게 전하는 것 또한 참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사들은 차가워지는 걸까? 어쨌든, 이후 이 환자는 기적을 일으키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해 병원을 뒤집어 놓는다.

살다보면 기적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의사도 환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이익단체처럼 똘똘 뭉쳐 바운더리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이 시대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환자를 돈으로만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볼 수 있기를, 그런 기적이 나타나기를 기도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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