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농부
변우경 지음 / 토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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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매일 입버릇처럼 시골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생각 없는 말인지..... 그래도 나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었다. 일단 도시가 답답했고, 삶이 힘들었고, 자연이 좋았고, 조용함이 좋았고, 무엇보다 아이가 시골 초등학교에서 경쟁하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길 원했다. 하지만 최근 나는 시골가서 사는 게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저자는 어쩌다 농부가 되었을까? 서울은 사는 게 고생이지만 여기는 농사만 고생이잖니껴..... 라고 써 있는데 나는 어쩌면 농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저자의 글쓰는 스타일에 적응을 좀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그렇다) 생각의 흐름대로 쓴 글이다. 중간정도 읽었을 때 저자가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완벽하게 생태적인 사이클이 깨진 건 화학비료가 똥의 자리를 대신하면서부터다. 그 땅에서 나는 먹거리는 부실공사, 그 먹거리를 먹는 우리 아이 아토피만 노심초사. 저자는 담배도 끊었듯이 화학비료도 차츰 끊을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무농약, 유기농 이런 상품을 좋다고만 생각하고 집어들지만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제초까지 손으로 해야 하는 유기농 농사라니.....

어느 누구도 지금 여기, 오늘 이곳의 삶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농부는 "그 뻔한 걸 여태 몰랐어?" 하며 콩을 심고 있더군. 콩 한 되 값이 두부 한 모값이 되거나 말거나 콩을 심고, 고추 한 근이 짜장면 한 그릇 값이 되거나 말거나 고추를 심는다고.....그저 오늘 할 일을 하고 내일 닥칠 태풍 따위는 내일 걱정하라는 그런 말인데 생각해보면 농사를 짓는다는 건 어쩌면 작은 거에 의미를 두고 돈을 벌 생각은 접어두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미적분 대신 부가세 계산법을 배웠다면 어땠을까? 주기율 대신 염화나트륨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장아찌 비율 같은 걸 배웠다면..... 학교 교육에 대한 건 공급하는 것에 비해 써 먹을 수 있는 것이 적다는 건 나도 동의한다. 그 때 배워야 하는 것이 있는 거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또 다른 학교를 다니듯 계속 배운다.

시골에서 사는 건, 농사를 짓는 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힘듦 속에 있는 인생도 느껴지지고 여유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책을 읽고나니 저자가 부럽다. 시골에서 살고 있고, 책을 한 권 냈다는 건 나의 인생목표 두 가지를 다 달성했다는 뜻이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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