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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황상민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평점 :
10년이 넘게 조현병 환자를 만난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도 만났고, 밖에 나와 생활하고 있는 환자도 만나고 있다. 긴 시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을 잘 모르겠다. 원인도 너무 다양하고, 증상도 너무 다양하고, 살고 있는 형태도 너무 다양하고, 상담을 하는 내용도 각기 다르다. 정신병이라는 것이 치료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답을 모르겠다. 정신과에서 많이 하는 말은 이렇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합니다." "치료가 아니라 관리입니다." "완치는 없습니다." "당뇨나 고혈압 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약을 먹어서 이정도 입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더 심해질겁니다." 이런 말들.....그리고 나또한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 제목을 딱 보고 나서 나의 직업적 궁금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정신과의사들은 싫어할 것 같고, 환자나 보호자들은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궁금증에 대해서 저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저자는 심리학자다.
정신과 영역에도 임상심리사라는 직업이 있다. 심리검사를 한다. 그리서 환자의 정신과적 문제를 분석한다. 하지만 환자를 길게 만나지 않는다. 심리검사를 하고 보고서를 쓰면 끝이다. 심리학자라고 하면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저자는 환자를 병이 있는 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 보고 정신과 시스템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정신과 진단을 내리는 것과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정신과 진단은 다른 과에 비해 특이하다. 대부분 보고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신과를 갔다는 건 일단 본인이 본인에 대해서 잘 설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면 대부분 보호자기 보고를 하게 되는데, 여기엔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담겨지게 되고, 어쩌면 사실을 조금 더 과장하게 되기도 한다. 진단기준에 맞다면 진단을 내린다. 심리검사를 하거나, 뇌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보고에 의해 진단이 내려진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을 보면 증상을 해결한다기 보다는 눌러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그런 느낌이 있다. 평생을 먹어야 한다니,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어떨까..... 어쩌면 의심이나 궁금함 없이 먹으라니 먹어야지. 하고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약이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약을 10년, 20년 복용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다. 또한 정신과 진단에 대한 의문도..... 나는 여기에 추가하여 5분도 채 상담하지 않는 병원 시스템에서 정신과 환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뉴스만 봐도 정신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대부분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걸 보면 아무소리 없이 정신과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어쩌면 천사인지도 모르겠다.
정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새로운 시선이라기 보다는 일을 하면서 마음에 한 번은 품어봤던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던, 그런 내용에 있어 책을 읽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기에 좋다. 약을 먹어라, 약을 먹지 말아라..... 정신과 진단은 믿을 수 없다, 믿어야 한다. 이런 논점보다는 정신과 환자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간단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충동적인 생각이 들 때에는 어떻게 넘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지. 함께사는 사회로 끌어내는 것이 약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