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쉬하오이 지음, 정세경 옮김 / 학고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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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다정한 심리처방이라고 되어 있다. 표지에 있는 그림은 예쁜 포인트 벽지 같은 느낌으로 산뜻하다. 한 화분에 두가지 식물이라니, 우리도 한 집에 여러 명이 살고 있는 걸 보면 그림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책은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엄마와 딸이 쓰는 교환일기 같은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진짜 이렇게 편지를 썼는지? 아니면 가상으로 내용을 엮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심을 했던 이유는 딸이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엄마와 딸은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상처도 많다. 물론 아빠와 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엄마와 딸은 훨씬 감정적으로 싸웠다 풀었다 싸웠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되어져 있는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다.

어릴 적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다 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 난 기억력이 좋지 못해(혹은 성격이 무딘 편이라) 어렸을 때 엄마와의 일들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반면 내 동생은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이 난다고 하니 동생에게 이 책을 추천해줘야겠다.

저자는 어렸을 때 아빠와 엄마가 싸우던 날 잠을 자지 못했던 일을 생각해 낸다. 싸움 이후의 눈이 빨갛게 되어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습관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이런 내용을 읽은 엄마는 저자가 어렸을 때의 기억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부란 평생을 싸우고, 불평하며, 속을 썩이고 사랑하며 사는 거라고. 그 때 입술을 깨물었던 건 본인을 위해서도 있지만 불쌍했던 남편을 위해서이기도 했다고

나도 엄마와 이런 교환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나도 저자처럼 상담을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 기억이 너무 없고 엄마와 난 현재도 티격태격 진행형이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과거부터 끄집어 내어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이론을 추종하는 사람에게는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이 책을 추천한다. 현재의 문제는 과거 문제의 연장선이기도 하니까. 또한 가족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방의 상황이 내가 보고 들은 것과 다를 수 있음을, 가족에게 너무 얽매여 살지 말고 나를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함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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