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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오늘이 내 인생의 봄날입니다
16명의 우리 할머니 지음, 충청남도교육청평생교육원 기획 / 리더스원 / 2020년 6월
평점 :
의미있는 책이다.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짧게 글을 쓴 것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다섯 살 아이는 표지를 보더니 자기 책인 줄 알고 자기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림은 고등학생 친구들이 할머니작가들이 쓴 글을 읽고 그렸다고 한다. 모처럼 좋은 콜라보가 아닌가 싶다.
주제는 그리움, 애정, 미련, 희망이다. 이 주제 맞춰서 글을 썼는지 아니면 글을 쓰고 주제별로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애정을 갈구하고, 미련이 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작가들이 쓴 글을 보니 마음이 애잔해진다.
글자를 쓰고 읽는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글자를 배우게 되는 환경도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할머니들은 글자를 못 배운 것이 너무나도 한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글자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눈으로 글자를 보고 읽는다는 건 어쩌면 너무 황홀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그 감정을 추측하는 것도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배움은 그 때 그 때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할머니작가들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감히 짐작해본다.
남편에 대한 사랑을 쓴 짧은 편지, 자식들에게 남기는 짧은 편지, 친정 엄마에게 뒤늦게 전하는 짧은 편지, 어렸을 때 추억을 기록하는 짧은 글을 읽고 있으니 꼭 초등학생이 일기 쓴 것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글을 읽는다고 해서 살아온 세월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늦게라도 포기하지 않고 글자를 공부한 할머니작가들을 보면서 반성보다는 나는 늙더라도 뭘 포기하지 말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배움은 끝이 없다는 말도 실감하게 된다. 늦게 배워 더 가치가 있을수도 있지만 배울 수 있을 때 배워 그 혜택을 좀 더 누리고 살면 좋겠다. 지금은 옛날처럼 환경 때문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어려운 시대는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