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깜짝 놀랐다.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일단 모든 등장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쫓아 가야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은 필터가 없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생각과 동시에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왁자지껄보다는 한 단계 높은 정신 산만하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많다. 저자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찾아보려고 했다.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이라고 하는데, 이런 흐름으로 책을 쓰다니 천재 아니면 바보 둘 중에 하나일 듯

빅 엔젤은 시한부 인생이다. 암 선고를 받았다. 마지막 생일 쯤 그 시한부가 끝난다. 하지만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 책은 짧은 시간을 쓰고 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등장인물도 많고, 그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과거를 생각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도, 이 책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 책은 가족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언뜻 보기엔 이 가족들은 모두 각자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격이 없다. 격이 없다는 건 서로를 잘 안다는 뜻이기도 한데, 여하튼 특이하다. 위 아래도 없고, 예의도 없고, 게다가 욕설에 외설스러운 멘트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끈끈하다.

그리고 이 책은 죽음이 그렇게 두렵고, 무섭고, 끔찍한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에게 알려준다. 빅 엔젤은 죽음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가족을 챙기고, 나의 인생을 챙겨야 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하루 종일 우울하게 울면서 지내야 하는 게 아님을. 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살아내야 하는 거다. 나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나치게 코믹하게 그려냈지만 그 내면에는 빅 엔젤의 불안도 보여진다. 하지만 그 불안까지 코믹하다.

엔젤의 마지막 생일 앞에서도 가족들은 경건하지 않다.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죽음이란 어쩌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마지막 생일 파티를 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과 생일이 가까웠으면, 그러나 생일 이후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슬퍼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도. 그리고 빅 엔젤이 마지막 순간에 와이프와 다 벗고 침대에 누워 둘 만이 아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로맨틱해보였다.

죽음이 언제나 두려운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참, 복잡한 등장인물을 정리해줄 가계도는 맨 뒤에 있다.

"아저씨는 리틀 엔젤이지?"

"맞아."

"그럼 빅 엔젤이 죽으면 아저씨가 빅 엔젤이 되는 거야?"

리틀 엔젤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냥 하나 밖에 없는 엔젤이 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