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대화로 이끄는 22가지 질문
마이클 헵 지음, 박정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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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매우 시적으로 보였다. 이게 책의 제목이라니, 이 제목을 지은 사람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그 이후 우리 가족도 내 생각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냥 각자의 위치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감당했을 듯

이 책에서는 죽음에 대한 중요한 물음 22가지를 던진다. 이 물음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떤 질문을 나눠야 할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신의 죽음, 타인의 죽음, 죽음을 둘러싼 환경 등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정신과에서는 집단치료라고 하는 방식인데, 생각보다 괜찮다.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도 해 본적이 있는데, 어색함 속에서도 한 가지 주제가 정해지면 쭈삣쭈삣 말하기 시작하면서, 정신차려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두가 마법에 걸린 것 같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례가 많아서 읽기가 좋았다. 세상에는 여러 죽음이 있고, 그 죽음에 연관된 사람이 또 여럿이 있다. 개인적으로 자살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일반적인 죽음과 자살은 좀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한 명이 죽으면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순히 가족만 생각했었는데, 친척 그리고 친구, 이웃 등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 이 책에서도 알 수 있었다. 꼭 가족의 죽음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죽음을 말하는 것은 삶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삶과 죽음은 어쩌면 맞닿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즘 삶을 생각한다. 네 살 아이를 보면서, 오래 살아야 겠다는 그런 생각. 일찍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이렇게 보면 정말 삶과 죽음은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그렉(미국의 예술가 겸 사업가)의 첫번째 책, 푸른 숲 묘지라는 책에서는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죽고 난 후 조카가 로봇을 무덤에 전시를 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그 소문이 퍼지고 로봇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에서 삶을 상징하는 아이들이 웃는 모습. 죽음은 이제 희망이 된다. 우리가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이젠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는 인형을 수집하는 홀리에 대한 이야기다. 홀리가 죽고 난 후 수집했던 인형들을 가족, 친구, 이웃들이 하나씩 가져가 그 인형을 보며 홀리를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도 죽으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나눠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뭔가를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 더 홀가분 할까 싶다가도, 이렇게 혼란에 빠진다. 순간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어쩌면 우울하지만은 않은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도 아버지에 대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건 어쩌면 아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그것 또한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순간이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테니까

우리는 이 책에 있는 22가지 질문에 대해 천천히 하나씩 답해보길 원한다. 혼자도 좋고, 같이도 좋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계획한다는 건 우리를 좀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줄 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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