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몰이,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다 - 언론노조의 MBC 장악 기록
김도인 지음 / 프리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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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이 있을 때 양쪽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양쪽의 입장을 동시에 듣기가 힘들 뿐 더러 양쪽의 입장을 듣더라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왜냐면 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난 사실 뉴스를 통해 MBC가 무너지고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것이 기존에 있던 사람들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승호 사장 체제가 되는 것이 무너진 MBC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가능한 치우치지 않은 사실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파업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국도 바뀐다고 했다. 방송국의 분위기도, 사람들도 모두. 사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오면 적폐라고 해서 이전 사람들을 다 정리하고, 방송국도 마찬가지로 정권이 바뀌면 적폐라는 이름으로 정리가 된다는 게, 그래서는 안 되는 곳인데, 그렇게 된다는 건 시청자인 우리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더 심해진다. 김미화 사건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보니, 이 책이 사실이라면 저자가 억울했을 수 있겠다싶다.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리다 라는 건 지금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속한 쪽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언론노조에 휘둘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어쩌면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언론노조의 힘도 생각보다 막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의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쪽이 어디를 향하고 있더라도 잘못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우지만 힘이라는 건 권력이고 권력이 세지면 방향을 잃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가능한 사실을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방송국이 매일 이렇게 휘몰아친다면 과연 제대로된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은 있다. 그런데 사실 더 혼란스럽다. 그래서 도대체 진짜가 뭐야? 이런 생각이 든다. 저자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 뭐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는 시도를 꾸준히 해내가야 한다. 방송을 보면서도, 일상에서도. 우리의 삶이 한쪽으로 너무나 치우쳐 막강한 권력처럼 방향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MBC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권력을 쥐고 있는 자가, 권력을 막강하게 행사하지 않을 때, 그 때 나는 MBC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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