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
정위.이나래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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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스님이었는데, 내가 종교가 불교가 아니라서 잘 몰랐던 모양이다. 책을 다 읽고 정위스님이 있는 절이 서울 안에 있다고 해서 (내가 읽은 책을 쓴 스님들은 다 멀리 있었다) 검색을 해봤는데, 검색 결과가 생각보다 많았다. 2010년 3월에 나온 같은 제목의 다른 출판사의 책이 있는데, 그 책과 이 책이 똑같은 건지는 모르겠다.


읽고 있으면 내가 직접 정위스님을 취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 정위스님이 쓴 책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문답 형식도 그렇고, 기자가 쓴 느낌도 그렇고, 글만 읽었을 때 궁금했던 사진도 그렇고, 낯설지가 않은 책이다. 음식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스님의 삶을 기자의 눈으로 쓴 부분 그리고 자수 이야기도 있다. 정위스님이 운영하는 카페 이야기도 있다. 카페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0개 정도의 음식 이야기와 레시피가 나온다. 음식이 참 정갈하다. 내가 집에서 따라 하면 저런 맛이 나올까? 절 음식을 먹어보진 못했지만 책에 쓰여 있듯이 맛은 당연히 맛있을 것 같고, 절이라는 장소의 맛도, 누구와 먹느냐에 대한 사람의 맛도 모두 섞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고기를 좀 줄여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요즘 건강을 생각하게 된 건데, 이 책에 실린 음식 사진만 봐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레시피가 너무 간단하다. 세련된 양념을 넣지 않는다. 그냥 집에 다 있을만한 기본 양념으로만 만드는데도 깊은 맛이 난다니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다른 곳에서 보는 레시피들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아 집에서 바로 따라하기가 어렵다.)


정위 스님이 하는 자수도, 요즘 내가 도서관에 가면 들었다 놨다 하는 책이다. 자수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수 책을 보면 생각보다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 준비해야 할 준비물들도 참 많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그런 거 다 없어도 괜찮다. 그냥 한 번 해봐. 아무 실이나 바늘에 꿰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절에서도 하루에 세 끼를 먹겠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지쳐 버리는 나의 주부생활이 이 책을 보니 [음식 별 거 없어. 그냥 그 때 가장 좋은 걸 가져다가 간단하게 만들어서 먹으면 되는 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가 집에서 하는 대부분의 음식들이 반조리 식품인데, 내가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담아 만들어 내는 음식을 내가 해 본 적이 있었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에 워낙 취미가 없고, 능력도 없어서 어떻게든 밥을 한끼 해 내는 것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요즘이다.


물건에 대한 애착도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니 정위스님은 하찮은 물건에도 생명을 넣고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꿰매고, 붙이고, 고치고. 그렇게 살다보니 주변에 있는 물건들은 나이가 많다. 가볍고 검소하다. 그리고 인간적이다. 뭐가 옳은 걸까? 요즘은 고치는데 드는 에너지와 비용으로 새로운, 더 업그레이드 된 것들을 사는 것이 더 쉽다고 느껴지는데 말이다.


일단 뭘 먼저 해볼까? 일단 말린 표고버섯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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