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싸랑한 거야

사랑을 싸랑한 거야 ㅣ 특서 청소년문학 12
정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1월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로또가 되길 바랬다. 로또가 되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청소년 문학은 낯설다. 나는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이고, 내가 청소년을 이해할 기회나 이유가 아직은 없었던 터라 게다가 사랑, 연애 쪽은 더욱 간극이 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빠르다고 하는데, 과연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가 정말 없는 걸까? 육체적인 것 뿐 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많이 성숙해졌을까?

사업에 실패해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던 아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엄마는 그 사채를 고스라니 떠 안고 해보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고,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인 언니가 하나 있다. 집도 없어지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다가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가 살고 있다. 언니는 심하게 예쁜 고등학생으로 나오고, 주인공은 언니만큼 예쁘진 않지만 노래와 공부를 잘한다. 그리고 사진찍는 걸 좋아한다. 두물머리에서 만난 대학생 오빠가 마음에 들어 속앓이를 하는데, 결국은 언니와 사귀게 된다. 주인공이 먼저 좋아했는데, 예쁜 언니를 그 오빠가 좋아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시시하게 넘어간다. 자매간에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다. 동생은 예쁜 언니를 항상 동경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오빠를 만나게 하고 싶지 않다. 그 오빠가 언니를 보면 좋아할 게 뻔하니까. 어쩌면 주인공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채업자의 제안에 언니는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주인공은 청소를 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 위험한 일들도

노래방에서 일을 한다고 결심하는 과정도, 대학생 오빠를 언니에게 보내주는 과정도, 엄마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과정도, 아빠를 생각하는 과정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도 어느 하나 쉬운 건 아니었지만 주인공과 언니는 [이 또한 지나가겠지] 와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다보면 그 모든 과정을 지나가고 있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 같다. 그냥 어린 날의 추억같은 그런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고등학생은 어리지 않다는 것, 엄마를 도울 수 있다는 것, 내 인생의 계획은 내가 세울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와 다르지만 같은, 같지만 다른 이상한 느낌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싸랑하게 되는 거라면 사랑에 대한 힘듦이 조금 줄어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