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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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가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글로 쓴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어 보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운 좋게 대여했다. 최근 도서라 인기가 많아 계속 기다렸다.


딸의 나이가 11살, 저자는 11살이었을 때 리스본에 살았다고 한다. 정확히 1년. 아빠의 직업 때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부러웠다. 외국에 나가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일이고, 그 당시 더 힘들었을테니까.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이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좋은 경험이라는 의미로 삶에 녹아 내리지 않을까? 특히 작가라는 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솔직한 작가는 이렇게 썼다.


p.187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것을. 나는 항상 내가 거쳐온 길이 복잡하다고만 생각해왔다. 지나고 보니 그것은, 아무리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해도, 분명히 감사해야 마땅할 특수한 환경이었다.


솔직한 것이 이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다.


p.29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에게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그보다 더한 행복?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령 윤서가 행복해할 때 나의 행복은 그 곱절이 된다.


내 딸이 지금 네 살인데, 작가의 이말이 미치듯이 와 닿는다. 나도 사실을 고백하자면 몇 달 전까지만 해도(딸에겐 미안하지만) 아이가 없었을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래? 라는 질문에 당연하지를 외쳤는데, 최근에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옛말이 어떤 건지를 몸소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는 그 말도 무엇인지 너무 잘 알겠다.


p.119

윤서는 이번 여행에서 부쩍 성숙해진 모습들을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어리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다. 아직은 내가 챙기고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지켜봐줄 수가 없다.


너무 슬프다. 나도 딸을 데리고 여기 저기 다니지만 여행 중에는 부쩍 큰 것 같으면서도 아직 어려서, 내가 이런 아이를 데리고 너무 강행군을 했나? 싶기도 하다. 어린 것에 대해 안도감을 가지면서도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아이가 얼마나 빠르게 클지에 대해서 슬퍼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딸과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


리스본이라니,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너무나 따뜻한 곳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어렸을 때 잠시 살았던 곳이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 하나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아버지의 지인을 찾아간 것도 마음이 먹먹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저자의 딸이 함께 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겐 리스본이라는 곳은 처음 가더라도 따뜻한 곳으로 느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그 책 안에 있는 공간 또한 따뜻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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