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 지와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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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0년대 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83년생. 정작 90년대 생을 주변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요즘 문재인대통령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추천해 화제가 되었고, 어쩌면 우리가 지금 시기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봐야할 세대이기도 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펼치자 마자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정치인들의 추천사가 딱 보인다. 심지어 [90년생이 온다]의 저자의 추천사도, 읽기도 전에 내가 이 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매스컴을 통해 90년대생들은 이기적이라 자기밖에 모르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그리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해 당돌하다는 이런 이미지를 많이 접하게 된다. 맞는 말일까?


저자는 90년대생들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공정으로 본다. 촛불혁명을 경험한 유래없는 세대라고 칭하며 공정하지 않음에 대해 참지 못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공정하지 않다는 건 어떤 기준일까? 요즘은 무슨 일이든 양쪽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양상이다. 이 책에서도 여성혐오, 남성혐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무서울 정도의 증오가 양쪽으로 갈라지니 이건 뭐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겠다는 건데,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20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기성세대가 여성들의 차별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회가 많이 변했다. 30대인 나만 봐도 가부장적인, 남아선호적인 삶은 아니었으니까, 남편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일을 해 돈을 벌고, 여자는 가사와 양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공정함이란 남녀를 뛰어넘는 동등한 사람으로서의 공정함이다. 노력한대로 거둘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외치는 거다.


내가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은 2부 어떻게 나를 지킬 것인가 안에 1 누가 더 불쌍한 피해자인지 경쟁하지 말자는 chapter 안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었다.


여 : 너는 뭐가 달라진 게 있어? 나는 아이 낳고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보는데 너는 어차피 결혼 안 했어도 돈 벌어야 하니까 회사 다녔을 거잖아. 회사를 그만두길 해? 아니면 아이를 키우길 해? 그러니까 달라진 게 뭐가 있냐고 그리고 가사는 내가 한다고 쳐. 양육은 같이 해야하는 거 아니야?


남 :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거든. 어깨가 무거워. 그리고 나는 뭐 회사에서 노냐? 나도 집에오면 피곤하다고. 그런데 나만 기다렸다는 듯이 이것저것 시켜대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나는 내일 출근 안 하냐? 나도 좀 쉬어야지.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집의 대화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기로 결정하고 난 후 6개월 정도는 우리집은 정말 최악 그 자체였다. 무엇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지금은 다소 평화롭긴 한데, 내가 내려놓아서 그런 건지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싸움 자체를 하지 않는다. 싸워봤자 답이 없다는 걸 서로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더 힘든지 싸우는 건 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이지를 보지 못하고 서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그 때엔 몰랐다. 내가 더 힘들어야 위로 받는 것 같고, 그래야 내가 지금 집에서 하고 있는 살림과 육아가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이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 것은 나도 회사를 다녀봤기 때문에 알지만 남편은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전적으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었다.


p.198

이렇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가능하려면 '너는 결국 내 처지를 알 수 없다.'는 태도나 '나는 결국 너를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벗어던져야 한다.

 

20대들은 우리 같은 이런 소모적인 싸움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를 낳고 싶으면 걱정 없이 기쁘게 낳았으면 좋겠고 여자도 일을 하고 싶은면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남자도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고 집값 걱정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읽다보니 이 책은 비록 90년대생을 이해하고자 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의 시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하고, 통계 자료를 가지고 근거 있는 분석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인용해 설명하기도 한다. 읽기 어렵지 않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정확한 분석과 나의 가치관의 유연한 변화가 필요한 때에 정말 적합한 책이다.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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