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 좋았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라니.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나 갈구해왔다. 가질 수 없을 때 더 가지고 싶고, 할 수 없을 때 더 하고 싶은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과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은 조금 다른 듯, 비슷한 듯 하지만 어쨌든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했다. 에세이지만 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지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이 저자의 글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맞아, 나도 저런 시기가 있었지. 맞아, 나에게도 저런 감정이 있었지. 맞아, 나에게도 저런 사람이 있었지, 맞아,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있었지. 그리고 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참 잘 들여다 본다. 쉽지 않은 일인데,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 때문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일까? 문장 하나 하나가 마음에 와 닿는다. 포스트잇을 두 개를 붙이다가 이러다 모든 페이지에 다 붙이겠다싶어 그냥 책에 집중해서 읽어내려가기로 했다.


p.31

어느 날은 좋고 어느 날은 나쁘다.

어느 날은 엉망이고 어느 날은 참을 만하다.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운다.

어느 날은 별로고 어느 날은 괜찮다.

그냥 그렇게 산다.


꼭 행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왜 꼭 행복해야 하냐고, 왜 자꾸 행복을 찾으라고 하냐고. 살아보니 그렇다. 이런 날이 있으면 저런 날이 있고, 그렇게 사는 거다. 행복을 찾으려다가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왜냐면 내가 내 자신을 잘 알지 못한 채로 행복을 찾는 건 힘이 드니까.


p.60

할 수 있고 없고를 단순히 노력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싶은 걸까.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내가 말도 안 되게 다른 사람에게 위로라는 이름으로 강요를 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비슷한 경험을 해 봤다고? 아니면 상대방의 힘듦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나쁜 짓을 했구나. 싶다.


이 책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도 이야기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를 데려다 주며 뒤를 돌아본다. 여자는 단 한 번도 집에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이 남자는 이 부분 때문에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이 부분이 중요했고, 여자는 이 부분에 대한 상처가 있었다. 어린 시절 주변의 사람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먼저 떠나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노력도. 그리고 모든 걸 안다는 태도도 집어 치워야 한다.


이 책은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내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서 위로 받고 싶지만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으면 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 이 저자의 책인 '아주, 조금 울었다' 도 곧 읽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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