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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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4월 말 경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때문이었나? 국회 바닥에 앉아 농성을 하거나, 국회의원을 감금해 사무실에서 못 나오게 하거나 이런 일들이 있었을 때였다. 그걸 보면서 국회의원 이외에 저기에 동원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흔히 말하는 보좌관들인가?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기에 앉아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내 궁금증을 잘 해소시켜 주었다.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국회를 보려고 노력한 저자의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10년의 내공에서 나오는 지식과 경험은 국회를 하나도 모르는 나도 국회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이구나. 를 알 수 있게 했다.


농성 때 국회 바닥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며,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썩 유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 서는 보좌관들도 있는데, 그 보좌관들은 국회의원에 눈에 띄고자 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국회는 눈치 게임이 심할 것이고, 항상 긴장되어 있을 것이고, 보좌관도 직급이 있으니 승진을 위하여 필요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88

민원 처리는 국회의원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이고, 부정 청탁은 반드시 멀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받는 입장인 국회에서 보면 실제로 민원과 청탁은 백지장 한 장 차이다.


민원과 청탁을 구분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민원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입장이라 감정노동도 상당하다고 한다. 야박하게 굴수도 없지만 또 모든 걸 다 들어줄 수도 없는 일이니, 보좌관들이 전방에서 마크하는 일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p.104

남성과 동등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인 여성에게 권익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는 것과,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여기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p.146

정책 업무를 맡았을 때는 그렇지가 않았다. 남자 직원들은 전부 본청으로 갔는데 나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게 편치 않았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당시만 해도 몸싸움이 있을 때 보좌관들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눈에 띄면 의원이 당에서 영향력을 조금 더 얻는 경우도 있었다.


국회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정적인 경험들은 일반 사회생활에서 겪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국회는 성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심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저자는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길 원한다. 그리고 동등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 보좌관과 여자 보좌관이 해야하는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여자에게 할당되는 업무부터 남자와 차별되기 시작할테니 말이다.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되고, 없어지기가 쉽지 않다.


p.158

낮은 대우를 받는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당하거나 또는 그 일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건 아닐 것이다. 일은 자신이 잘 해내고 조직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대우받게 되어 있고 소위 '잡무'라 할지라도 조직에는 없어선 안 되는 일이다. 문제는 낮은 대우나 일 자체보다 그런 일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행정비서와 정책비서의 역할을 다르고, 행정비서보다 정책비서의 역할이 좀 더 중요시 되는 분위기가 있다는 걸 설명하면서 저자가 한 이야기이다. 국회에서만 적용이 되는 건 아니니, 사소한 일이란 없다. 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p.293

국회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법치는 법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회 주인인 구성원들이 합리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서툴다고 해서 섣불리 공권력이 개입하려고 하면, 주인 자리는 결국 정치 권력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요즘은 그래도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의견을 여러 방면으로 표출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리고 힘을 합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물리적인 충돌만 없다면


이 책을 읽고 나니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내 생각이 아주 조금은 바뀐다. 하지만 뉴스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표면과 내면의 차이라고 하기엔 일을 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국회의원들의 성품이, 자질이 의심되는 상황이 많이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보좌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본 듯해, 직업에 대한 나의 지식이 확장된 것 같아 좋았다. 


도대체 국회는 뭐 하는 곳이냐? 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좌관을 준비하는 사람도 좋겠다. 그리고 단순히 국회, 정치, 보좌관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 읽어도 좋겠다. 생각보다 저자의 경험이나 감정 그리고 생각이 책 속에 많이 들어가 있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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