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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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힘든 책일 줄 알았다. 몇 년 전 읽었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가 떠올랐다. 읽고 나서 진짜 먹먹했는데, 이 책도 그랬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상처받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정신보건에 대한 무엇이든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비슷하다는 거였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정신질환자를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 건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 부모가 아이의 병에 대해 미친듯이 공부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정신보건의 역사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대해, 정신질환자를 놓고 이해를 다르게 하는 이익집단에 대해, 정신보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쓰여져 있는데, 어떤 전공 책보다 더 체계적이라는 것에 놀랐다. 대단한 탐구였다.


두 아이 모두에게 정신과 진단이 내려지고, 한 아이는 자살을 하게 된다. 다행히도 한 아이는 안정되게 치료를 받으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쓴 이 두 문장은 부모에겐 너무나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부모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그 모습은 다양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모두 지친다는 거였다. 일찍 지치든, 늦게 지치든 어쨌든 지치게 된다. 정신질환이라는 것이 그렇다. 병원에 있으면 가족의 마음이 놓이고, 밖에 나와 있으면 가족은 항상 불안한, 그런 병이다.


p.14

정신증 상태의 환자들이 사실상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음을 감안하면, 언뜻 보기에는 신속한 '비자의' 치료가 가장 이의의 여지가 적은 조치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들의 지지로 큰 힘을 얻은 비자의 치료 반대론자들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강력한 주장은, '비자의 치료'가 말 그대로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비자의적 치료는 지금까지 의견이 팽팽하다. 정신질환자에게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 이상적인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비자의적 치료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환자의 인권이 중요시 되면서 강제적 입원은 더 어렵게 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라니 환자와 그 가족에게 가고 있을지도, 하지만 입원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입원을 하게 되는 건 막아야 한다. 계속 돌고 도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이다.


p.453

이후 만성 정신질환에 관해 조사하면서 너무나도 명확히 알게 된 사실을 그때 우리는 몰랐다. 그 병과 싸울 빈약한 무기들 가운데 그나마 가장 유용한 무기가 바로 이른 개입이라는 것을, 한시라도 일찍 개입을 시작해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정신질환을 치료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신속하고 가급적 정확하게 인지하여 치료할수록 그 병의 영향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것을.


정신질환자의 부모를 만나면 처음엔 다 그렇게 말한다. 잘 몰랐다고. 그냥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그 때엔 병원을 가야하는지 몰랐다고. 누군들 알 수 있었을까? 누군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정신보건 쪽에 일을 했던 나도 내 아이에 대해서 이런 sign을 눈치챌 수 있을까?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정신질환 발병율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모든 병이 초기 개입이 중요하겠지만 정신과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꼭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쓴 사람은 아버지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있다. 이 두 사람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병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인권을 잘 지켜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태가 좋을 때에는 부모와 소통을 잘 하다가 증상이 재발하게 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 재발과 입퇴원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부모는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용을 책으로 낸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뭐라고 이 책에 대해서 뭔가를 쓸 수 있겠는가? 정신분열병,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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