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
나카무라 쓰네코 지음, 오쿠다 히로미 정리, 정미애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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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 인생 상담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 위로를 받은 책은 내 기억으로는 몇 년 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후로 오랜만 인 듯 하다. 정신과 의사 답지 않게 마음을 위로한다. 정신과 의사는 정말 의사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쓴 나카무라 쓰네코는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 쓴 것처럼 해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작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가 사실 쉬운 직업은 아니다. 의사들 사이에서 메스를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소 무시를 받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의사가 다 중요하지만 특히나 요즘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정말 좋은 정신과 의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이 책을 쓴 의사처럼 말이다.


이 책은 주제마다 짧게 내용이 쓰여져 있어 읽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정신과 용어가 나오거나 아니면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았다. 책 사이즈도 작고, 페이지도 230페이지 정도여서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p.017

따라서 돈 때문에 일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에요.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직접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남편이나 아내가 하는 일을 뒷바라지하고 가족을 지키는 것, 자신이나 가족을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돈 때문에 일한다고 하면 속물취급을 받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긴 하지만 사실 돈 때문에 일하는 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한 건 어쩌면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말고 표현하라는 뜻인 같다. 요즘은 너무 감춰서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까


p.050

저는 성격이 안 맞는 사람과는 얕고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대화가 즐거운 사람이나 잘 맞는다 싶은 사람과는 아주 가까이 지냅니다.


어떻게 보면 저렇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성격이 안 맞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그리고 괜찮은 사람과는 가깝게 지내라고도 말한다. 즐거우라고. 그러나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을 강조한다. 타인은 타인,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p.093

욕심이 과하면 이해타산으로 사람을 사귀게 됩니다. 자신에게 맞다, 안 맞다 혹은 좋다, 싫다 라는 솔직한 감정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 나에게 이득이다 같은 계산으로만 살마을 대하면 인간관계가 이상하게 뒤틀리고 맙니다.


사람을 사귈 때도 자신의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가라고, 계산하지 말라고 말한다. 뭐든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겠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 하지만 그 따짐이 이득의 따짐이 아니라 내가 편안 사람인가에 대한 따짐이라면 더 좋겠다. 내가 편한 사람이 어쩌면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가는 비결 이라는 chapter는 감정이입이 최고조에 달했다. 내가 요즘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양쪽을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라고, 가정의 평화를 최우선적으로 하라고 그 나머지는 천천히 해도 좋다고 말한다. 이전에 1년 4개월 정도 딸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워킹맘을 했었다. 그 때에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지치게 만들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잘하고자 했던 마음, 그 땐 다른 동료들에게 애 키워서 그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고, 직장 안 다니는 것처럼 가정과 육아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젠 그렇게는 하지 않을,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 일도 가정도 느슨하게 가보고 싶다. 일단 내가 롱런해야 하니까


책의 모든 내용이 주옥같은 내용이었다. 회사일에 지친 사람도, 감정이 날뛰어 힘든 사람도, 인간관계 때문에 부정적인 마음이 있는 사람도, 기대와 비교 때문에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도 그래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도 모두 읽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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