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
HELENA 지음 / 보름달데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단 한 사람을 위해 써 내려간 글이 책으로 나왔다고 했다. 극히 개인적인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결혼 8년차인 나는 사랑, 연애, 설레임 이런 것과 너무 멀어져 사랑이 가득한 책을 읽고 연애세포를 좀 깨워봐야겠다고 생각해 이 책을 열었는데, 사랑의 아름다움 보다는 사랑의 아픔이 더 많은 책이었다.


지독한 짝사랑으로 시작하여, 다른 사람을 만나 한 템포 쉬고, 인생을 생각하다가, 다시 만나게 된 그 짝사랑과 사랑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기이다. 마치 한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는 두 송이 꽃이 그려진 표지의 그림처럼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지독한 짝사랑은 너무하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데, 이 작가에게 지독한 짝사랑은 나쁜 타이밍이었을까? 아니면 돌아온 사랑은 좋은 타이미이었을까?


나는 이런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해본 적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 누군가를 마음 아프게 좋아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 또한 연애를 했기 때문에 이 책을 보면 나의 연애 때를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면 그건 정말 다행인 삶이다.


p.78

사랑을 넘치게 받다 보면 그 사랑에 익숙해진다. 어느 날 불만이 터져버린 그 사람으로 인해 내게 당연했던 그 사람의 사랑들이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얼어버려 녹이는데 꽤나 애를 썼던 것 같다. (생략) 그러다 이내 곧 간사함이 고개를 내민다. '나를 그렇게나 애쓰며 사랑해주어 고맙다.' 에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건 싫어졌다는 거구나' 로 가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변하니' 라는 진부한 제목이 달려있는 내용이 이상하게 첫 번째로 마음에 와 닿았다. 50대 50인 사랑이 있을까? 나의 연애 경험,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연애 경험을 통틀어 50대 50인 사랑은 본 적이 없다. 어느 한쪽의 사랑이 조금이라도 더 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쪽에서는 저런 상황에서는 저자가 쓴 것처럼 간사한 마음이 든다. 사랑을 많이 주고 사랑을 적게 받은 쪽도 마찬가지다. 순간 억울해 지는 거다. 그러니 저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겠지. 연애가 끝나고 나면 내가 너무 푹 빠져있었구나. 혹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노력했구나. 를 알게 되지만 그 당시에는 왜 보이지 않는 걸까? 사랑이 변하는 건 어쩌면 순식간인데, 우린 무얼 믿고 어떻게 다 결혼을 하고 살고 있을까?


p.145

시간은 당연하게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상황이라는 것은 내가 예상할 수 없는 배신의 연속이다. 다시 만날 수 있노라 장담할 수 없는 곳으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나중에' 라는 말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무책임 한 말인지, '지금' 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애틋한 시간인지 비로서 깨닫게 된다.


'나중에' 라는 제목의 글이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하더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소중히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쉽지 않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후회가 남지 않을까?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낸 다는 건 내가 그전에 미친듯이 최선을 다 했어도 후회가 남는 법이다. 어떤 일은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했다고 하더라도 후회가 남을 수 있고, 어떤 일은 최선을 다 하진 못했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중에라는 것과 지금이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는 다르구나. 싶다. 마음을 글로 예쁘게 표현하는 것이, 비유를 하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도 아무나 할 수 없구나. 생각하게 만든 책.


이 글을 받은 p군은 마음이 어땠을까? 한 대 콕 쥐어박아 주고 싶다. 왜 그 땐 이런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 이 작가를 아프게 했냐고. 하지만 작가는 어쩌면 그 시기가 본인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그리고 이 책을 쓸 수 있는 힘이 아니었을까?


지금 짝사랑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먼저 가본 사람의 글을 통해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지금 사랑을 하는 사람도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도 모두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예쁘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을 보면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얇은 책이지만 사랑, 인생이 다 들어 있는 신기한 책이다. 인스타 구경 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