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 임신.출산.육아의 전지적 엄마 시점
홍현진 외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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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이며,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들을 끝없이 나열하는데,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육아 트랜드는 아이에게 100% 쏟는 육아가 아니라 엄마를 지키며 함께 가는 육아인데, 그러기엔 현실은 쉽지 않다. 나의 미래와 아이의 미래가 함께 가야하는데, 반비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현실을 이겨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 명의 저자가 있다. 각자 임신, 출산, 육아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글이다. 다 읽고 나니 목차가 구성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편, 출산편, 육아편. 정석이라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엄마들이 얼마나 거기에 갇혀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해준다.


임신, 출산을 끝내고 육아를 하고 있는 난, 이 책이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니 힘들었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의 초기가 생각이 났다. 다시는 떠올리지 않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내 경우를 생각하게 되고, 이건 정말 겪어봐야 아는 걸까? 내가 이 책을 진작에 읽었다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생겼다.


p.72

2세를 맞이하기로 결정한 시기, 남편은 어떻게 하면 일을 늘려 돈을 더 많이 벌까 고민했고, 나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줄이고 애를 볼까 알아봤다. 남편은 커리어를 더 키워가는 방향으로, 나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다.


아빠와 엄마,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엄마도 엄마마다 다르듯, 아빠도 아빠마다 다를 것이다. 임신, 출산, 육아에 임하는 자세가 내 남편은 다른 남편들과 다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출산 후 남편은 직장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고, 12시 안에 퇴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남편은 신체적으로 힘들었고, 아이의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했고, 육아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여유가 없었다. 나는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친정엄마에게 100% 의지하여 6개월을 버틴 것 같다. 결국 생각하기 싫은 힘들었던 시기로 남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p.97

뿌린 만큼 거두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게 당연한 이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육아는 인과가 뚜렷한 일이 아니다. 노력해도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다. 날마다 성실히 아이를 키워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니 나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실제, 이런 생각조차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6개월 이후 정신차려보니 나만 변해있었다. 남편은 그대로였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육아휴직이 가능한 직장이어서, 직업을 그만뒀다는 상실감은 없었지만 뭔가 불평등하고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p.165

어쩌면 난 평생 욱하지 않는 엄마에 가닿을 수 없을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게 늘 버겁고 어려운 과제이니까. 특히 엄마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이 세상의 육아는 인내하기 힘든 지상과제다. 그래서 다시 목표를 수정했다. 잘못하면 바로 사과하자. 말보다 감정이 앞서면 미안하다고 말하자.


욱하고 싶어 욱하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예쁘기만 한 아이가 어디 있을까? 욱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다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계속 반성을 한다. 아이에게 미안해 한다. 사실, 난 이 부분도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라는 말을 너무 과도하게 쓰고, 아이가 잘 때 자는 모습을 보며 눈물흘리며 반성하는 엄마도 많다. 엄마도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다음 번엔 좀 조심해야겠다고 가볍게 지나가면 좋겠다. 잘 하고 있는 거니까, 잘 하려고 하니까 실수도 하는 거다.


p.191

엄마의 노동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미는 게 현실이다. 반면에 남편은 어떠한가. 아이만 안고 나가도 '육아빠'라며 주목받는다. 내가 유모차를 끌고 카페에 가면 한가롭게 커피나 마시는 아줌마 취급을 받는데, 남편이 그렇게 하면 '라떼파파'라고 칭송받는다. 하나만 해도 열 배 칭잔받는 남편이 가끔은 부럽다.


남자들이 보면 자격지심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나도 피식 웃음이 났지만 현실이 이렇다. 나도 그랬다. 저런 엄마들은 어떤 남편을 만났길래 이 시간에 저렇게 모여서 놀고 있을까? 저 아빠는 아기띠를 하고 돌아다니는 거 보니 정말 육아에 참여를 많이 하고 있을거야. 이런 생각들. 같은 여자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 그렇겠지. 생각의 전환이 좀 필요하다.


p.227

세상에 쉬운 육아는 없어요. 각자 사정이 다를 뿐이죠.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는 순간 육아는 지옥이 돼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아요.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다. 아무리 유명한 육아법이라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쓸모 없는 것이고, 아무리 비싼 육아용품이라도 내 아이가 싫어하면 의미없는 것이 되는 거다. 정보를 검색하고 자신에게 맞도록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교하는 순간 육아가 힘들어진다는 건 백번 공감이 된다. 난 일부러 새로운 육아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성격 상 다른 사람하고 친해지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피곤해 지는 것이 싫었다. 원래 알던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져 자연스럽게 이어온 모임이 나에게 큰 힘을 준다. 사람들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런 모임에 다녀와 다른 엄마와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이 책은 육아모임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준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엄마라면 이 책을 읽고 이 책의 저자들이 추천하는 책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거다.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임신에 대한 환상을 적절하게 깨주면서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덜 힘들길 바란다.


그래서,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스스로 돌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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