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하늘
루크 올넛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죽음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요즘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 읽어보고 싶었다. 죽음의 질병과 대면한 욕기 있는 이들을 위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두께가 두꺼워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주인공은 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가지게 된다. 그 아이가 시한부선고를 받게 된다. 어렵게 아이를 가졌던 터라 부부는 절망하게 되고, 결국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아이를 위한 길을 가게 된다. 아이는 죽게되고 누구나 생각하는대로 부부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멀어지게 된다. 주인공은 술에 빠져 살게 되고, 부인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주인공 곁을 떠나게 된다. 그 이후 각자의 방법으로 아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내가 요즘 죽음에 관심이 많은 건, 내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능하면 길었으면 하는 욕심 때문이다. 이 아이를 두고 죽을 수 없다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 때문에,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삶의 미련을 놓지 못하고 죽음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한 방법을 혹은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죽기 싫다는 생각과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다소 아이러니한 생각이긴 하다. 내가 먼저 죽는 것만 생각했지 아이가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오는 건 순서가 있어도 가는 건 순서가 없다 했는데. 그래도 아이가 먼저 죽는 건 생각하기 조차 싫다. 이 책에 나오는 부부도 그랬을 거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지키고 싶었을거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치료든 비용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이 하겠다고, 실제로 부인의 반대를 무릎쓰고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와 떠나기도 한다. 반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 맞는 걸까? 어려운 질문이다.

 

아이가 죽을 거라고 알게된 순간부터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쓰여져 있다. 현실적이다 못해 너무 솔직하다.

 

p.260

나는 오늘 스티븐이 병원에 없는 것이 기뻤다. 그 애를 볼 때마다 자꾸 다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잭과 스티븐의 병이 바뀌기를 바랐다. 그래서 잭의 암을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스티븐, 친절하고 상냥한 스티븐이 우리 아들 대신 뇌종양에 걸리기를 빌고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만나 다른 아이를 보면서 서로 병이 바뀌어 내 아이는 살고, 저 아이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가? 난 너무 이해가 갔다. 나 역시 그랬다. 중환자실 복도에서 호전이 되어 나오는 환자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누군지도 모를, 나이 많은 사람이 호전될 땐 더 심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리려면 저 사람 보다 내 가족이 낫지 않냐고 기도했었다. 저 사람은 살리고 왜 내 가족은 살리지 않냐고.

 

p.300

잭은 미소를 짓더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바로 잠이 들 줄 알았는데, 아이가 또다시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발음이 또렷했다.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 아이의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난 잭이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앞날에 대해 물어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전자든 후자든 아이가 저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무너졌을 것 같다. 부부는 아직 아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이었는데,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던 차에 아이가 먼저 질문을 했다. 엄마가 말한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준비했던 것 처럼. "사람은 죽으면 천국에 간단다." 엄마의 성향과 방향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인공은 다정하고 또 다정했다. 부인을 대하는 것도, 아이를 대하는 것도. 오히려 아이의 엄마가 우리가 생각하는 아버지처럼 묘사가 되어있다. 기본적인 성품이 다정했기 때문에 위기는 있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이 떠나고 한참 후 다시 만나 그 때 미안했다고 여러 번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반면 주인공의 감정변화는 디테일하게 묘사되지만, 부인의 감정변화는 그렇지 않다. 부인의 캐릭터가 그렇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인의 내면의 상태를 추측하게 만든다. 계속되는 유산, 그리고 어렵게 생긴 아이, 아이의 뇌종양 판단 이후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잦은 유산이 미치는 뇌종양을 검색한다든가, 집 화단에 해바라기를 심어 유산된 아이, 그리고 죽은 아이를 추모한다든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인의 아픔도 주인공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엄마라는 입장에서 아이의 병이,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 같은 죄책감에 힘들어 했을 거다.

 

소설이지만 너무 사실같아 한 동안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부모는 서로의 방법을 비난 했지만 어쩌면 자신만의 옳은 방향으로 아이의 죽음을 맞이했던 거다. 서로 비난할 것도 없었던 일이었는데, 우린 위기의 상황에서는 여유가 없어진다. 그리고 한참 후 알게된다. 그 때 상대방의 입장과 나의 입장에 대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아빠였다면, 내가 엄마였다면, 잭이 내 아이였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계속 아팠지만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아프지 않겠지만 잭도 내 아이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신체적인 위험시기, 이제 됐다 싶을 때가 지났는데 아픈 아이들도 많으니까. 이 책 때문인지 오늘 하루는 내 아이를 보면서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왜냐면 누구든 언젠가는 죽으니까.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 가족이 아프다면, 나는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