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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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PC통신이라는 걸 처음으로 접했다.

초반에는 모뎀을 통한 전화선으로, 이후에는 랜카드를 이용해서 새로운 신세계에 들어섰다.

1997년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환상의 세계였다.

아직 교수님들이 PC통신과 인터넷이라는 세계를 잘 모를때 이 새로운 환경을 이용해서 리포트를 손쉽게 만들어서 제출을 하고는 했다.

그때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작성한 리포트를 올려두는 보물창고가 있었고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접속해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었다.

검색어 몇개로 여러 리포트를 내려받아서 짜집기를 통해서 한두시간이면 리포트 하나가 뚝딱이었다.

이전 같으면 도서관에서 여러권의 책과 자료를 뒤적거려서 손으로(한글 1.5, 2.0시대였다)작성하느라 며칠을 보내던 시기였다.

90년대 말에는 국내 여러 대학의 도서관에도 아이디도 없이 접속가능해서 석박사 논문을 다운받을 수 있었으니 양질의

자료를 구하기가 쉬웠던 시절이었다.

97년인가 그쯤에 처음으로 핸드폰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스마트폰 서비스가 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이 된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가 뉴욕타임즈 기자라서 미국 상품과 서비스 명칭이 많이 나오지만 맥락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어 읽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목차를 들여다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지루함이다.

사람들은 조금만(조금이라 함은 1분이내의 시간을 말한다) 짬이 생기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본다.

예전에는 병원이나 은행 또는 식당에서 기다릴 때 동행인과 대화를 하거나 혼자라면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혹은

멍하니 직원 또는 다른 고객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은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네모난 사각 상자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 보고 있는게 정말 중요한 내용인지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말 그대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비슷한 결로 인내심도 사라졌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있다.

이건 잃어버린 것인가, 잊어버린 것인가, 참지못하는 것인가?

두번째 chapter은 마침표다.

이 장을 읽고 나서 단톡방을 보니 마침표를 찍지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많다.

장년을 구분하는 방법이····,^^,~으로 문장을 마무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라고 하니 내 지인들은 전부다 중 장년이다.

나는 마침표를 꼭 찍는다.

카톡이라는 것이 생기고 문자메세지를 자주 보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문장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나쁜 습관(?현상)이 생겼다.

습니다 라던가 ~요로 끝맺음을 하면 되는데 그게 너무 어색해진거였다.

블로그를 오래하면서 글을 자주 쓰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의도적으로 문장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한게 마침표를 꼭 찍게

되었다고 본다.

여러 사람 특히 어린 사람들 중에는 마침표가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느낀다고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바뀌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건지 고집을 지켜나가야 하는건지 고민되기는 한다.

100가지 중에서 이제 두가지를 말했을 뿐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글쓰기가 너무 귀찮아졌다.

이것도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사용했던 폐해중 한가지가 아닐까 한다.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현상, 나 스스로도 이렇게 느끼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사회의 변화라서 적응을 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걱정한다.

길잃기, 고독, 손편지, 부재중전화, 종이신문, 집중력, 글씨체, 설명서, 사진앨범 등 실물이 존재하는 것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이제 우리 주위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번역가의 말처럼 아날로그 시대가 좋았다거나 지금의 시대가 문제가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끔은 저 손바닥만한 세상에서 눈을 들어 진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블로그와 유튜브로 여행을 하고 구글맵으로 도시 골목을 돌아댕기는 것도 좋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 시간 그 때 그 현장에서

느끼는 공기와 냄새, 사람들의 어깨 부딪힘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문구로 마무리를 할려고 보니 씨엔블루에서 같은 제목의 신곡을 발표했구나

'그리운 건 그대인가 그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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