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의 운동화
김숨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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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93학번이다.

93년은 전대협으로 대표되던 학생운동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니던 과는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다.

입학을 하고 보니 92학번과 91학번, 그리고 복학한 89들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2학기가 되니 88, 87, 86학번들이 과를 채웠다.

과방이나 술자리는 항상 시국에 대한 토론의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87년은 한참이나 먼(내가 중2인가 그랬을꺼다) 년도이지만 맨날 듣는 이야기이다보니 멀지도 않은 시절이 되었고, 이한열이라는 이름은 박종철과 함께 가까운 이름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나에게 낯선 이야기가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경험한 것 같은 이야기이다.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 이야기

처음에 가졌던 의문은 왜 이한열이 아니고 L이였을까였다.

굳이 익명으로 숨겨야 할 인물이 아니거니와 오히려 이한열이라고 해야 관심을 더 받고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궁금증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해소가 되었다.

이 책은 87 6월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87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책에서 한번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언급하는 것을 꺼려했다.

87 6월의 역사적 의의라던가 현재적 의미 등등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식상하거니와 또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라면 나 역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완전히 버려둔 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87 6월을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뜬금없이 86학번 사내의 메일이 등장한다.

너의 운동화였고 나의 운동화인 우리 모두의 운동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라는 86학번 사내의 질문은 운동화로 상징되는 87년의 시대정신을 묻고 있는 거다.

그때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다.

지난 시절을 잊지말아라고, 운동화를 복원하듯이 시대정신을 복원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기다리고 지켜보는 시간이 길지만 그래도 기억해내고 되살려내려는 마음을 버리지 말아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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