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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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어떤 언론사이트에서 나의 정치 또는 이념적으로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설문이 있었다.

여러 정책을 나열해놓고 매우찬성 5점에서 매우반대 0점까지 점수를 매겨 그 결과로 내가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이 좌파인지 보수인지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주어진 질문에 꼼꼼히 답을 한 후 결과를 보고는 허탈해하고 말았다.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는데 강경보수 중도보수 중도개혁 뭐 이런 식으로 나뉘었던 것 같은데

나는 중도보수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결과였다.

나름 개혁과 진보를 바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여겼는데 그거에 반하는 결과를 놓고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러고서는 뭐 그러려니 하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고서 그때의 의문점이 조금 풀렸다.

평소 나의 생각은 진보가 아니고 보수라는 점이다.

 

그럼 따지기 전에 이 책의 저자(대담자)인 표창원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프로파일러라고 알려져있는 범죄심리분석가.

경찰대를 졸업하고 얼마전까지 경찰대교수를 역임했던 사람.

간간히 TV교양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여러 정보를 주시던 사람.

그리고 잘 몰랐지만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나왔던 사람.

이랬던 사람이 지난 대선때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댓글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

 

그때는 그가 단순히 국정원과 정권에 한없이 약해지는 경찰의 모습에 분노해서 글쓰고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책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음으로써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제목이 보수의 품격이다.

스스로 보수라 자처하는 그가 한국의 보수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릇 보수란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특히 가장 많이 주장하는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거다.

헌법에 명시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표교수의 생각이고 나 또한 그 생각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흔히들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다고.

지금 스스로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보수가 아니라 기득권에 찌들은 반공주의자일뿐이다라고 한다.

그럼 보수는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가.

보수는 현재의 체제를 고수하며 그 속에서 점진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대파들을 빨갱이

친북좌파라 몰아세우며 자신들은 보수라는 탈 뒤에 숨어있다.

법을 엄격이 지켜야 하는 것이 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위법, 탈법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그 들이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어찌나 법을 어긴 사람들이 많은지 웃기지도 않는다.

위장전입, 탈세, 다운계약서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고 있다.

북한을 주적이라 칭하며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자식들까지 어떻게 하면 군대에 보내지 않는다.

그 뿐인가. 모 그룹의 회장은 자기 자식이 맞았다고 해서 조폭을 동원해서 보복폭행을 벌이기도 한다.

이번 정권에서 벌써 몇 명의 고위공무원들이 청문회에서 탈락했는지 이제 세는 것조차 지겹다.

 

그러면서 그러면 나는 진보인가 하는 질문을 해본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그 사람의 자유이니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짓말하는 그 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으나 그 말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는 보수의 논리란다.

보수가 가장 엄격히 지켜야 할 권리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란다.

 

이제 멘탈붕괴가 시작되었다.

좋다. 그래 까짓것 보수면 어떠고 진보면 어떠하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은 분명할게다.

 

지금까지의 법은 만인에 평등한 것이 아니고 만명에게 평등했다고 한다.

만인에 평등하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나라.

돈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나라가 아니고, 건강한 모든 남자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나라.

대통령을 비꼬았다고 경찰에 출두명령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대통령을 개그의 소재로 삼아도 아무 걱정이 없는 나라.

그런 나라를 원한다.

 

차분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치열한 사상논쟁의 시절이 없었다.

유럽이 시민혁명의 시기를 거치며 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나고 계몽혁명이니 뭐니 하면서 철학사조가 난무하면서 시민들의 의식이 성장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명확하게 하였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로 인해 반공이 국시인 나라에 살면서 반공 외에 그 어떤 사상도 용납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지금에 와서도 건전한 논쟁은 나타나지 않는다.

고대 중국처럼 제자백가들이 나타나 유가, 법가, 도가, 묵가등등 여러 사상들이 나타나 주류의 사조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논의의 시간이 그다지 없었다.

 

고려때는 불교, 그리고 조선으로 넘어오며 유학에서 성리학으로

조선후기 실학이 나타났으나 당쟁과 세도정치, 그리고 성리학의 큰 벽을 넘지 못하고 개혁사상으로 주류사상이 되지 못한 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다.

진보라는 사람들은 보수를 보지 않고 보수라는 사람들은 진보를 등한시 한다.

그 틈에서 오히려 일베등등을 위시한 이상한 부류의 논리들이 판을 치고 있다.

 

학교에서부터 이런 것에 대해서 잘 배워야 할 것이나 지금이나 예전이나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도덕교과서에 나와있기는 한데 사상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누구는 무슨 사상, 누구는 무슨 사상 하며 수박겉핥기식으로 배우고 나오니 서른이 넘어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내가 어떤 정책을 지지해야 하고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지, 지금의 사회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보수주의자들이 고민하는 교육의 목표는 아마 이럴지도 모른다.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

 

어쨌던 글이 너무 길어졌다.

 

반복되는 내용이 좀 많기는 하지만,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고민한다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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