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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한권의 책을 이렇게 오랫동안 읽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니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겹지도 않아서 그랬나 싶다.
재미있는 책은 다음장이 궁금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밤을 꼬박 새거나 하는데
이 책은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고 내일 또 읽자 라는 마음이 들게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재미가 없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게 만든 책이다.
제주도를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다녀왔는데 나는 무엇을 보고 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평소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한다라는 마음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자부심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나는 관광을 다녔던 것이지 여행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떤 곳을 다녀가고자 할 때 그 장소에 대한 인문학적인 배경지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인 유홍준님이 여실히 가르쳐 주고 계신다.
그동안 나는 얄팍하게 홈페이지 들어가서 관광안내서 몇 페이지 읽어보고서 많이 준비했다라는 자만심을 가졌던 것이다.
기껏 한다는 것은 맛집 알아보고 다른 이들의 블로그 들락날락 하는 것을 여행의 준비라고 여긴 것은 아닌가 한다.
제주도 4.3의 역사를 대학교때 학습했던 것으로 제주도의 아픔을 안다고 한 것은 아닌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책 제목이 문화유산답사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비롯해서 이전의 책들까지 모두 문화유산답사기가 아닌 여행가이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반성이 된다.
후기를 쓰는 이제야 왜 책의 제목이 문화유산답사기인줄 7권째 읽으면서 깨닫게 되다니 빨라도 너무 빠르다.
저자는 이 책을 제주학이라 부르기를 서슴치 않는다.
논문처럼 주석달고 접근방법 어쩌고 저쩌고 하지는 않으니 학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는 학이 분명하다.
전공서적과 대중서적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내가 읽기에는 큰 부담이 없지만 인문학에 서툰 사람이 읽기에는 조금 힘들거나 지겨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재작년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다음에 오면 꼭 다녀보고 싶은 곳을 몇군데 찜해놓았었다.
두모악갤러리와 이중섭미술관 두군데는 반드시 다녀오리라 했었는데 이중섭미술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
거기다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추사기념관을 알게 되어 기쁨이 넘친다.
예산에 추사고택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주도에 추사기념관이라, 이것은 다락에서 어릴적 보물을 발견했을 때의 그 느낌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비자림숲과 사려니 길을 비롯한 제주도의 식생을 즐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서 저자는 이런 글을 남겼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유명해진 말이고 평소 자주 사용하던 말인데 이번만큼 뼈저리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다.
이제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조금은 알게 되어 이제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
책을 덮으며 5월 부처님오신날 연휴에 제주도를 다녀오려 했으나 이미 비행기고 배편이고 남은 교통수단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